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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도, 국회도 입법활동 개점 휴업
연초부터 축산농가를 패닉으로 몰고 간 구제역 파동과 국책사업을 둘러싼 지역 갈등과 분열, 여의도병으로 불리는 고질적인 정쟁 등이 한묶음으로 나라 안을 어지럽히는 동안, 정작 민생과 국정현안이 담긴 대다수 정부 제출법안들은 국회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거나, 아예 국회 문턱에 들어서지도 못했다.

공정사회 구현의 첫 단추가 되는 입법 활동이 올들어 심각한 정체 현상을 빚고 있다.

법제처는 31일 금년도 정부입법계획 추진 법률안 317건 가운데 30일 현재 23.7%에 해당하는 75건만이 국회에 제출됐으며, 그나마 국회로 넘어간 75건 중에 외국환거래법 등 단 4건만이 처리됐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총 1441건의 정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990건(68.7%)을 처리한 누적통계와 비교하면 올해 정부입법 추진현황은 턱없이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도, 국회도 입법 태업을 넘어 사실상의 개점휴업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법제처 관계자는 “대부분의 법안들을 보면 이해 당사자들의 이견 조정이 많다. 정책 조정과 함께 판단해야 할 부분이 많아서 그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관가에서는 그러나 임기 후반 인사 적체 등으로 정부부처가 복지부동이고, 컨트럴타워가 돼야 할 총리실은 부산저축은행비리 등 돌출사안을 뒤치닥거리하는데 더 바쁘다는 쓴소리를 감추지 않는다.

국회의 경우에도 입법 활동보다는 4.27 재보선 이후 내년 총선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낸 법률안이라고 해서 국회가 심의도 안해보고 고무법안 찍듯이 통과시켜준다면 입법부 아닌 통법부가 되는 것”이라면서도 “정부 법안뿐 아니라 의원법안도 적체가 심각한 것은 요새 국회가 정쟁으로 날을 지새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8대 국회는 내년 5월에 종료된다. 사실상 올해가 법안 통과를 위한 마지막 해인 것을 감안하면 6월 임시 국회를 포함한 하반기 국회가 입법 추진을 위한 유일한 기회다. 법제처 관계자는 “6월 임시국회에서 가급적 많은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하며, 정기국회 법안 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예산부수법안은 가급적 정기국회 전에 제출이 가능하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하고 있는 저축은행 국정조사가 여야의 초미의 관심 속에 6월 국회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6월 국회에 각종 민생법안과 함께 한미 FTA비준 동의안과 외무공무원법(외교아카데미법), 국방개혁법 등 국정 현안들이 산적해 있지만 전당대회와 저축은행 국정조사를 앞두고 여야가 얼마나 협상력을 발휘할 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가 정치 일정에 쫒기면서 졸속 입법도 우려된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정부와 국회가 너무 많은 법안들을 제출하고 발의하며 속도전에 나서는 것이 위험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무분별한 입법 남발의 거품을 빼고 법률 제ㆍ개정안을 추진할 때 속도보다 내용에 더 중점을 둬야한다는 근본적인 문제도 제기됐다.

<양춘병ㆍ김윤희 기자@madamr123> 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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