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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김영상 재계팀장]사내 어린이집 개원 붐, 번져야 한다
동반성장이다, 적합업종이다, 지치고 힘든 재계 분위기 속에서 지난주엔 모처럼 반가운 뉴스가 연달아 생겼다. 대기업의 ‘어린이집’ 개원 소식이 바로 그것이다.
삼성은 본사 A동 3층에 140명 규모의 어린이집을 추가로 열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있는 C동에 120명 수용 규모의 기존 어린이집을 갖고 있는 삼성은 수요가 넘쳐 한 곳을 더 짓기로 했다. 출근경영을 통해 어린이집을 찾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더 이상 수용이 어렵다”는 건의를 받고는 추가 설립을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이어 CJ그룹도 서울 중구 쌍림동 CJ제일제당 빌딩 2층에 직장보육시설 CJ키즈빌을 열었다. 1000㎡(약 302평) 넓이에 7개의 교실과 식당을 갖췄다고 하니 웬만한 학교 뺨치는 시설이다.
대기업의 사내 보육시설은 물론 이들 기업이 처음은 아니다. ‘여성의 행복한 일터’를 강조하는 최태원 SK 회장의 철학 아래 SK는 서린동 본사와 을지로 SK텔레콤 내에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보육 최고경영자(CEO)’로 꼽히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3월 성수동 이마트에 스타벅스를 포기하고 사내 어린이집을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GS건설은 지난해 건설업계 처음으로 사내 보육시설을 만들었고, LG CNS는 지난 2005년 일찌감치 중구 회현동 본사 2층에 어린이집을 열어 사내 보육시설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삼성과 CJ그룹이 어린이집을 추가 또는 신규로 짓기로 한 것이 의미 있는 것은 지금도 많은 대기업들이 사내 보육시설이 없는 현실에 일종의 자극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특히 사내 보육시설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일부 중소기업에도 어린이집 개설을 향한 꿈을 불어넣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는 평가다.
사내 어린이집은 일단 여성 인력 확충을 위한 최고의 선택이다. 많은 직장여성들이 ‘당당한 워킹맘’을 꿈꾸지만 반복되는 ‘아이 맡기는’ 문제 앞에선 회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저출산으로 이어진다. 맞벌이 부부들이 현실적인 탁아 문제 앞에서 아이 낳기를 꺼리는 원인이 된다.
지난 2009년 기준 우리나라 출산율은 1.15명으로, 세계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생아 수는 매년 급격히 감소 중이다. 이런 현실에서 사내 어린이집은 보육에 대한 부담을 줄여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직장 환경을 조성하고, 저출산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극복해 국가경쟁력 강화를 이끌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다.
다행히 사내 어린이집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예전보다 확대됐다. 사업장이 투자한 금액의 세액공제율은 10%로 늘었고, 시설투자에 대한 지원도 강화됐다. 교사 1인당 인건비도 늘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여전히 사내 어린이집을 지을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투자금액도 부담스럽지만 기업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은 탓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최고경영자의 단안도 큰 요소”라고 말한다.
일부 대기업 회장들의 재개된 보육 사랑이 업계 전반적으로 전파돼 어린 자녀 손을 잡고 출퇴근하는 직장인 부부의 모습을 자주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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