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치는 요요 울고요/메뚜긴 적적 뛰는데/우리 님이 아니 뵈니/상한 속이 아파와요/그대 만나 보았으면/나와 한몸 되었으면/나의 마음 놓일 텐데’
공자의 오경(五經)의 하나인 시경(詩經)의 제3편 ‘여치’란 노래다. 임과 함께 하고픈 적나라한 감정이 명징하게 드러나 있다.
유가를 완성한 주자는 이를 불륜시라 불렀다. 이런 시가 시경 305편 가운데 세간의 노랫말로 엮은 국풍 160편 중 30여편에 이른다.
공자가 고대 은대로부터 춘추전국시대에까지 내려온 노래를 골라 엮으며 이런 불륜시를 택한데 대해 해석이 구구하다. 더욱이 공자는 시경을 자식과 제자들에게 군자가 되려면 반드시 배워야 할 필수과목으로 교육시켰다.
저자의 궁금증은 여기서 시작된다. 시경을 통해 공자는 무엇을 말하려 한 것일까. 시경의 시 주체를 대부분 군자로 해석한 주자는 불륜시의 존재를 경계 삼아 삼가기 위함으로 해석했다. 좋은 시와 나쁜 시가 있으며 둘 다 효용의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주자에 이의를 제기한다. ‘남녀칠세부동석’의 주자 시대의 관점에서 본 불륜과 공자 시대가 같을 수 없다는 것. 공자 시대에는 남자와 여자를 맺어주는 관리가 있었을 정도였으며, 결혼식 없이 바로 동거를 하더라도 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공자가 강조한 인(仁)을 폭넓게 해석한다. 인간에 대한 애정, 인간의 원초적 본능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시경의 시들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며 공자의 생각을 짚어낸다.
시삼백(詩三百) 가운데 첫 작품인 젊은이의 사랑노래 ‘물수리’는 공자가 논어에서 두 번씩이나 평하며 찬탄한 유일한 노래. 아리따운 아가씨를 향한 사내의 설레는 마음 그대로다. 여인이 멀리 집을 떠난 임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며 읊은 ‘권이(卷耳)’, 남창의 존재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음란시 ‘상중(桑中)’ 등에 대한 저자의 해석도 새롭다.
거룩한 성현의 모습을 걷어낸 자리에 노래 부르길 즐긴 인간적인 공자가 가깝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