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눈으로 우리 사회와 일상을 조망해온 작가 윤동천(서울대 교수)이 ‘탁류(Muddy Stream)’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서울 수송동 OCI미술관(관장 김경자) 초대로 3년 만에 대규모 개인전을 갖는 윤동천은 회화, 사진, 텍스트 등 다양한 매체를 자유롭게 넘나든 52점의 작품을 미술관 전관에 내놓았다. 전시는 42점의 평면작업과 10점의 설치작업으로 짜였다.
출품작들은 시퍼런 ‘날’이 서 있는가 하면, 실소를 터뜨리게 하는 풍자적 작업까지 그 폭이 넓다. 전시 부제 ‘탁류’는 오늘 한국 사회의 혼탁한 현실과 우리의 삶을 집약하는 키워드다. 이전까지 윤동천은 평범한 사물과 문자 등을 예술의 소재로 삼아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사건과 지표를 재치 있게 비틀어왔으나 이번엔 보다 강렬하면서도 ‘센’ 작업을 내놓았다. 즉 예전의 예술적 문맥이 보다 넓고 거시적으로 확장됐다.
특히 정치적 쟁점에 대한 풍자 수위가 과거보다 한결 신랄해져 주목된다. 형식과 의미의 파생이 강력하고도 섬세하게 조율됐다는 점에서 보다 농익은 관점과 폭넓어진 감성의 공유를 드러내고 있는 것.
윤동천作‘겸허한 소통3’ |
미술관 입구에 내걸린 추상표현주의적 대형 회화 ‘탁류’를 지나면, 벽면에 ‘천고(天鼓)’라는 글자가 다가온다. 하늘의 북소리란 뜻의 ‘천고’는 ‘탁류’ 속에서 떠밀려갈지 모르는 우리의 본질을 다시금 되돌아보라는 뜻이다. 윤동천은 이들 작업을 통해 한국 사회와 일상에 대한 실망과 희망, 그 이중적 변주를 압축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즉 회화와 글, 한국의 것과 서구의 것, 민족주체와 인류의 보편성 등 여러 표상 사이의 긴장과 간극을 관객 앞에 드러낸 것.
평면회화 ‘울화’ ‘부아’는 외국어로는 정확히 번역하기 어려운 한국 문화의 특수한 감정을 다룬 작품으로, 한국적 정서와 의식에 대한 공감대를 보여준다. 반면에 ‘정치가-공약’ ‘정치가-자라는 코’ 등의 설치작업은 시니컬한 풍자가 돋보인다. 특히 ‘의미 있는 오브제-정치가를 위한 도구들’은 파리채, 끈끈이, 쥐덫, 세제, 방망이 등 일상의 오브제를 조각대 위에 봉헌한 작업으로, 도구들을 실제 용도가 아닌 전혀 엉뚱한 것으로 전환시킨 재기 발랄한 개념이 흥미롭다.
윤동천은 이번 전시에서 거시적인 시각을 투영하면서도 작품의 세세한 부분까지 그 형식과 의미, 파생방법을 조율했다. 거친가 하면 정교하고, 똑 부러지는 듯하면서도 모호한 감성이 공존돼 있는 것이다. 전시는 내년 1월 15일까지. (02)734-0440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