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2세 할머니의 대장암 수술 성공은 100세를 넘어 150세 시대를 능히 꿈꾸게 한다. 많은 암이 죽음의 질병이라기보다 관리하며 함께 살아갈 만한 질병으로 바뀌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오래 사는 삶에 대한 인류의 꿈의 실현을 앞두고 있지만 반길 수만은 없다. 오래 사는 삶에 대한 심적ㆍ물적 기반과 준비가 있느냐다. 그런 면에서 ‘150세 시대’(소니아 애리슨 지음, 문희경 외 옮김/타임비즈)는 시의적절하면서도 모험적이다.
오래 사는 삶, 장수가 변화시킬 가족과 종교, 직업에 대해 깊이있는 사유를 펼쳐 나가는 저자는 먼저 오래 사는 삶에 대한 인간의 의식의 근저를 살핀다. 오래전부터 인류는 오래 사는 건 늙고 추한 것으로 비쳐졌다. 많은 신화와 소설, 영화의 이야기는 불로장생의 욕망이 부른 비극을 그려낸다.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과 ‘닥터 파우스트’ ‘프랑켄슈타인’과 장수신화, 아이작 아시모프의 SF 소설 ‘바이센테니얼 맨’ 등 이런 류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저자는 이를 못마땅해하는 눈치다.
과학과 기술이 일궈낸 수명연장 기술은 이미 우리 앞에 당도해 있다. 웨이크포레스트 재생의학연구소가 제공하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신체 기관과 조직을 이식받아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1년 전 오가노보 사는 인간의 혈관을 프린트하는 데 성공했다.
수명 연장이 불러온 라이프사이클은 느슨해졌다. 청소년기와 성인기 사이 어덜테선스(성인청소년기)라고 부르는 시기가 새로 생겨났고 동거와 만혼이 늘고 있다.
제2의 직업, 저축의 증가 등 장수의 경제학은 저자의 또 다른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시간의 양이 늘어나면 시간의 가치 역시 달라지고 시간의 비용을 매기는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수시대가 도래했지만 이를 누리기보다 걱정에 매여 있다면 소니아 애리슨의 중립적이면서 여유로운 관점을 채택해볼 필요가 있겠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