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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파워1위’ 홍라희관장, 그에게 남은 숙제는..
홍라희(66)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국내 미술계 영향력있는 인물 1위’에 다시 올랐다. ‘파워 1위’로 복귀한 것. 홍라희 관장은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와 월간 ‘아트프라이스’가 올 한해 미술가와 관람객 57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한국미술계를 움직이는 대표인물’로 조사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이자, 우리 미술계 최고 컬렉터로 삼성미술관 리움(Leeum)을 이끄는 홍 관장은 이 설문이 처음 실시된 2005년 이래 2009년까지 5년 연속 파워 1위에 올랐다. 하지만 2008년 삼성특검 당시 이 회장과 함께 사퇴하면서 작년 조사에선 (주)갤러리현대의 박명자(68) 회장에게 1위 자리를 내준바 있다. 올해 한국미술계 대표인물 2위에는 박명자 회장, 3위에는 유희영(71) 서울시립미술관장이 올랐다.

홍 관장은 올 3월 관장직에 복귀하며 메가톤급 기획전인 ‘코리안 랩소디’ ‘조선화원대전’을 개최하며 호평을 받았다. 새해 임진년에도 뉴욕과 런던 등지에서 각광받고 있는 한국의 실력파 작가 서도호(49) 작품전, 인도 출신의 세계적 거장 아니쉬 카푸어(57) 개인전(展), 작고한 후 오히려 ’현대미술의 신화’가 된 쿠바 출신의 미국 작가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 전 등 의미있는 전시를 줄줄이 열 예정이다. 젊은 작가를 발굴, 육성하는 ’아트스펙트럼 전’도 내년 7~9월 열린다.

금년들어 홍 관장은 타이트한 일정을 소화했다. 국내외 미술제를 부지런히 참관했는가 하면, 이건희 회장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활동 등 해외 공식일정에도 동반했다. 최근에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아,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조문했다.

홍 관장의 활약상은 문화예술사업, 특히 미술관 운영에 관심이 많은 재계 안주인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의 미술관 운영, 아트 컬렉션을 벤치마킹하며 그 뒤를 따라 밟으려는 재계 여성들이 적지않은 것. 심지어 그의 세련된 패션스타일이며 우아한 행동양식까지 홍 관장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은 실로 대단하다. 



해외미술계에서도 ‘마담 홍(Madame Hong Lee)의 명성은 만만찮다. 그가 뜨면 모시려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홍 관장은 지난 6~9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린 이우환 작품전을 후원했다. 삼성은 구겐하임에 ’삼성 아시아미술 수석 큐레이터’직을 만들고, 2년째 지원 중이다. 또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이 기획한 ’조선분청사기전’(4~8월)에도 리움의 보물급 도자기 등 60여점을 대여했다. 리움 소장품만으로 꾸민 이 전시는 반응이 좋아 샌프란시스코의 아시아아트뮤지엄으로 옮겨 순회전시되고 있다.

게다가 한남동의 삼성미술관 리움은 국내 보다 해외 인사들에게 더 높게 평가되곤 한다. 루이비통을 이끄는 LVMH 아르노회장 등 세계 각국의 거물급 인사들은 리움을 들어설 땐 대체로 ‘아시아의 작은 나라인데 별 게 있겠느냐’며 별반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나 동서양, 고대와 근현대를 아우르는 수준 높고 방대한 컬렉션, 짜임새있는 기획전을 보곤 모두들 "대단하다", "한국에 이렇게 좋은 미술관이 있을줄 몰랐다"며 감탄사를 멈추질 못한다. 처음 고개를 뻣뻣이 들고 미술관에 입장했던 인사들은, 나갈 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환한 미소를 뿌리는 것.



그러나 이같은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리움과 홍 관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또한 여전하다. 그 핵심은 리움이 정부에 등록된 등록미술관임에도 불구하고 폐쇄적인 면모가 많다는 점. 즉 공공성과 투명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서양에선 공공에 작품과 미술관을 내놓았을 경우 예산이며 운용내용 등을 일제히 공개하는데 비해 리움은 베일에 쌓인 부분이 많다는 것.
물론 미술관과 컬렉터들이 고가의 유명작품을 어렵사리 국내에 들여와 소장품 리스트에 올리고, 이를 전시 등을 통해 선보이는 것에 대해 ‘우리 문화예술계를 풍성하게 하는 긍정적인 행위’로 보지않는 태도가 있긴 하다.

미술을 사랑한 나머지 열정적으로 작품을 연구, 수집하고 종국적으론 이것이 모태가 돼 대중에게 공개되는 미술관이 될 경우 한국의 문화예술적 자산이 풍부해지고, 국민들이 일상에서 미술관 문화를 향유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술품 수집’을 무조건 백안시하거나 비난하는 풍토가 국내에 만연해 있는 건 매우 안타까운 대목이다. 그렇더라도 이런 일반의 비뚤어진 시각까지도 제대로 바로잡으며, 평소 미술관을 자주 찾아 각종 전시와 프로그램을 즐기는 ’미술관 문화’를 지속할 경우 우리 삶의 질이 한층 높아지고, 창의적인 삶이 될 수 있음을 알리는 작업 또한 국공립및 사립 미술관에 맡겨진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작품 구입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가 미술품 거래를 둘러싸고 삼성문화재단및 홍 관장에게 제기한 소송이 그 예. 홍송원 대표가 "오해가 풀렸다"며 전격적으로 소를 취하하긴 했으나, 양측이 주장하는 그림값이 왜 250억원이나 차이가 났었는지,12점에 이르는 작품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말끔히 설명되지 않은 상태다.

결국 한국 최고, 아니 아시아 최고 수준의 미술관인 리움(Leeum)을 이끄는 수장으로써 홍라희 관장이 대중의 진심 어린 사랑과 지지를 받기 위해선 미술관의 공공성과 투명성, 대중과의 소통 등을 좀 더 제고해야 한다. 보다 열린 마음과 열린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파워 1위’인만큼 책임 또한 큰 법이니 말이다. <사진제공= 삼성미술관 리움 >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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