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재단은 오는 1월 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아틀리에 에르메스에서 오픈하는 신년 첫 전시의 주인공으로 일본에서 거주하는 사진가 박진영을 초대했다.
‘사진의 길-미야기현에서 앨범을 줍다’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전시에 박진영은 지난 3월 일본 동북부 대지진과 쓰나미 등이 발생한 ‘사건의 현장’을 담은 사진들을 선보인다. 전시는 재난 지역들을 방문하며 포착한 피사체와 그 찰나의 순간들, 그리고 타인이 남긴 사진앨범을 들고 그 사람의 인생을 역추적한 스토리텔링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지진 발생 사흘 뒤, 극심한 교통 정체와 도로 통제를 뚫고 미야기현을 찾은 작가는 땅바닥에 흩어져 있거나 바람에 날리는 주인 없는 사진들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고 토로한다. 사진들을 수습해 물로 씻고 있는 사람들도 보았다고 한다. 모든 것을 잃은 시점에서 "가장 되찾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한결같이 "가족 앨범"이라 답하는 사람들,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진관 건물터와 이미 쓰레기가 돼버린 수백 대의 카메라들.. 모두 거대한 ‘죽음’의 파도 앞에서 망각과 싸우는 사진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었다는 것이다.
박진영의 이번 전시는 미야기현에서 우연히 발견한 아마추어 사진가 카네코 씨의 앨범이 모티브가 됐다. 딸 카네코 마리의 성장과정을 앨범으로 남겨둔 이 일본 사진가와 한국인 사진가가 나누는 ’상상의 대화’ 속에 재난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오가는 이들과 주고받은 이야기가 끼어들고, 그 과정에서 습득한 오브제들과 폐허화된 풍경이 함께 등장한다.
작가는 "내 사진은 사진기자들의 보도사진과 현지주민들이 찍는 스냅사진, 그 사이 어디엔가 위치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의 이같은 중간자적 시점은 한국과 일본의 복잡한 역사적 기억과 중첩되며, 부재와 치매라는 사진의 두드러진 작용 및 반작용과도 맞닿아 있다.
박진영은 부산 태생으로 대학과 대학원에서 보도사진과 다큐멘터리 사진을 공부했다. MBC 포토에세이 <사람>, KBS <인물현대사>, <일요스페셜>에서 스틸사진을 담당했으며, 2004년 조흥갤러리에서 <서울…간격의 사회>으로 작가로 데뷔했다. 이후 금호미술관 등에서 네 번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독일에서 한국현대사진전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