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하라(황광우 지음/생각정원)=동서양 인문고전 40선을 통해 저자의 깊은 사유의 철학적 메시지를 담았다. 동양편에서는 주로 나의 정체성과 나를 둘러싼 관계의 성찰을 담았으며, 서양편에서는 정치ㆍ경제ㆍ철학ㆍ심리ㆍ법ㆍ과학을 살피면서 서양이 구축한 불확실한 세계를 넘어설 단서를 모색한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고전이다’고 말하는 저자는 고전 원문을 충실히 소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머리로 사유하길 촉구한다. 인간과 역사, 자유와 평등, 정의와 도덕, 변화와 용기 등의 화두를 끌어안고 고민하고 넘어서는 데 나침반이 돼줄 고전의 세계, 사유의 투명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일본을 유혹한 남자(야마지 아이잔 지음, 김소영 옮김/21세기북스)=일본을 대표하는 역사가 야마지 아이잔이 군주이자 정치가 인간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해낸 전기. 자신의 힘으로 군주의 자리에 오르고 최초로 일본을 통일해내고 죽은 지 5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본에서 숭앙되는 그의 힘을 저자는 사람과 개혁에서 찾는다. 군사를 다루는 것보다 외교에 능한, 냉철한 판단력보다 카리스마와 인덕으로 사람을 다스린 것이다. 파격적인 정책, 신분의 귀천을 가리지 않고 뛰어난 인물을 등용하는 등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소탈하며 친서민적인 군주로 짚었다.
▶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더글러스 러시코프 지음, 김상현 옮김/민음사)=‘바이럴 미디어’ ‘소셜 화폐’ ‘스크린에이저’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인터넷의 진화를 거든 더글라스 러시코프가 이번에는 디지털 미디어의 본질과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사회운동과 관련된 웹사이트에 ‘좋아요’를 클릭하면 정치적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사회, 온라인에 글 한번 잘못 올렸다가 이른바 ‘신상털이’를 당하는 사람들, 이들은 과연 소셜의 주인인가 디지털의 노예인가. 저자는 소셜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 10가지를 제안한다. 먼저 24시간 상시 접속상태를 거부하라는 것, 온라인을 버리고 진짜 경험에 몰두하라, 디지털 영역은 선택의 문제이며 거절하기 등 인간답게 사는 법을 들려준다.
▶20세기 최고의 식량학자 바빌로프(피터 프링글 지음, 서순승 옮김/아카이브)=인류의 기근을 없애겠다는 이상으로 전 세계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작물을 수집하다 스탈린의 정치적 희생양이 돼 감옥에서 죽은 식량학자 바빌로프의 전기. 식량증산이라는 근대화의 기획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공정분배뿐 아니라 식량자원의 부족을 걱정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바빌로프는 새롭게 다가온다. 지구 전체를 하나의 단일한 단위로 사고하고 행동한 그는 책상머리에서 벗어나 한반도를 포함해 파미르 고원, 에티오피아, 아마존 열대우림까지 세계 전역을 샅샅이 훑으며 식물 분포의 세계지도를 완성한 진정한 코스모폴리탄 과학자의 흥미로운 모험과 인류애가 감동적이다.
▶대한민국 만들기, 1945~1987(그렉 브라진스키 지음, 나종남 옮김/책과함께)=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다면적으로 들여다봤다. 조지워싱턴대 교수로 동아시아정책 전문가인 저자는 방대한 분량의 미국과 한국의 각종 문서와 자료들을 바탕으로 미국의 영향력이 한국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군사ㆍ교육ㆍ언론ㆍ민간의 영역에서 세밀하게 포착해낸다. 저자는 냉전시기 미국의 자본주의 국가형성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대한민국 탄생과 유일하게 경제적 성공을 거둔 이유로 일본의 지배, 한국 정부와 국민의 수정주의 수용방식을 꼽는다. 또 저자는 1980년대 군부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을 지지한 것을 미국의 최악의 실수 중 하나로 표현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