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과연 잘 자라고 있는 걸까?’ 부모라면 누구나 갖는 의구심이다. 하지만 아이의 어떤 행동이 나쁜 징후는 아닐까 불안에 휩싸일수록 부모의 관심은 자칫 간섭이 되고 이해보다는 오해가 쌓이기 쉽다.
‘아이의 신호등(어크로스)’의 저자인 미국의 발달심리학자 수전 엥겔은 지적한다. “모든 아이들의 삶은 하나의 이야기”이며 이야기마다 신호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호를 읽어낼 수 있다면 아이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보는 것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신호들이 늘 투명하고 또렷하진 않다. 따돌림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의 성격이 비열하거나 모나지 않아도, 다만 눈치가 없고 미욱하단 이유만으로 ‘왕따’가 되곤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아이에게 비슷한 처지의 친구라도 있다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걸까? 저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따돌림당하는 아이들 사이의 우정은 각자의 사회적 문제가 하나로 합해지면서 되레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좋지 않은 낌새는 포착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호하지만 그 결과는 결코 모호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울과 고립을 겪는 아이들은 때로 자살처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또한 따돌림의 원인을 짚어내기 어렵듯 명쾌한 해결책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내 아이가 ‘왕따’라면 아이의 성격이 따돌림의 빌미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부모는 고통스럽지만 직시해야 한다. 부모라는 객관적일 수 없는 위치 탓에 경고음을 무시하거나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문제해결의 첫걸음은 정확한 상황인식에서 시작된다.
저자는 이처럼 우정, 지능, 인성, 성공, 사랑이란 주제에 맞춰 아이들이 보내는 진짜 적신호와 가짜 적신호를 가려내는 방법을 상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 숨은 양식과 질서를 꿰뚫어 여러 실마리들을 엮어볼 수 있는 지혜를 제공한다.
<김기훈 기자@fumblingw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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