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박물관을 우리네 것과 비교하기는 무리지만 매일 새로운 수집품을 관람하는 파리, 뉴욕 시민들에 뒤지지 않게 국내 박물관을 즐길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해외 유명 미술관 초청전이나, 가끔 열리는 특별전도 아니다. 국내 주요 박물관 관장들이 추천하는 각 박물관의 상설전시 ‘1등 아이템’을 소개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국보 83호 ‘금동반가사유상(金銅半跏思惟像)’은 높이가 93.5cm로 금동으로 만든 반가사유상 가운데 크기가 가장 크다. 7세기 초 신라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불상은 정교하고 완벽한 주조기술에 잔잔한 미소까지 더해져 숭고한 종교적 아름다움을 뽐낸다. 세련된 조각 솜씨로 미루어, 백제 불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지난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주역사유적지구’ 안에 자리한 국립경주박물관의 자랑거리는 천마총에서 발굴된 신라 6세기경에 만들어진 ‘금제대관’. 금관총 출토품과 닮았으나, 맞가지의 마디가 네 단이며 줄기와 가지의 사이가 좁고 빽빽한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또, 재료를 매우 효율적으로 이용해 그 어떤 것보다 많은 달개와 곱은옥으로 꾸며 화려하다. 늦은 단계에 제작된 형식을 띠며, 디자인적으로 완성도가 매우 높다. 국보 188호로 높이는 32.5㎝다.
다음은 백제로 가보자. 충청남도를 대표하는 국립공주박물관은 웅진백제를 주제로 하는 테마 박물관이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무령왕릉실’. 1971년 발굴 조사된 이 왕릉에서는 108종 4600여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왕릉 내부를 재현한 모형과 함께 무령왕(재위 501~523년)과 왕비가 사용했을 화려한 금ㆍ은제 장식품 등 세련되고 세계적인 수준의 웅진백제 문화의 정점을 보여주며, 이 왕릉의 묘지석은 국보 제163호로 등록돼 있다.
백제 문화를 엿보자면, 국립부여박물관 또한 지나칠 수 없다. 백제문화가 화려하게 꽃폈던 사비시기 수도인 부여에 위치하고 있으며, 3만2000여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대표 유물은 국보 287호인 ‘백제금동대향로’. 높이 61.8cm, 무게 11.8kg의 이 대형향로는 꽃과 산봉우리로 상징되는 백제의 이상세계를 완벽하게 구현, 당대 최고의 걸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완벽한 조형미로, 백제인의 뛰어난 예술적 감각과 품격을 느낄 수 있다. 제작시기는 7세기 초로 추정된다.
지난 1998년 문을 연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의 건국신화가 깃든 구지봉 기슭에 위치하고 있는데, 철광석과 숯을 이미지화한 외관으로 ‘철의 왕국’ 가야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이 박물관의 최고 아이템은 1992년 함안 마갑총(길이 6.9m, 너비 2.8m, 깊이 1.1m 규모의 덧널무덤)에서 발견된 ‘말갑옷’이다. 크게 목가리개와 몸통가리개로 이뤄져 있으며, 목가리개는 긴 철판을 부채꼴 모양으로 연결했고, 몸통가리개는 장방형 철판을 여러 번 이어 제작했다. 전쟁이 많았던 삼국시대의 말갑옷에 대해선 고구려 벽화무덤에 잘 표현돼 있지만, 이 출토품을 통해 원래의 모습이 자세히 알려지며 역사적 사료로서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
‘춘천 가는 기차’는 사라졌지만, 추억과 낭만의 도시 춘천은 이제 전철로 더 빠르게 연결됐다. 2002년에 문을 연 국립춘천박물관은 이듬해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한 건물답게, 시원스레 펼쳐진 기념비적인 외관과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내부 공간이 남다르다. 이곳에선 지역색이 강한 독특한 보살상을 만날 수 있는데, 강릉 한송사 옛터에서 발견된 볼과 턱이 도톰한 고려 전기의 ‘한송사석지보살좌상’이다. 국보 124호로 제작시기는 10세기경. 높이 92.4cm, 무릎 폭은 56.5cm로, 원통형 보관을 쓰고 어깨에 천의를 두르고 있으며 오른손은 연꽃을 쥐고 있다.
<박동미 기자@Michan0821>/pd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