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니치(niche)’는 니치마켓이란 용어에서처럼 주로 ‘틈새’를 의미한다. 또한 니치는 ‘적합한 역할’이나 ‘꼭 맞는 자리’를 뜻하기도 한다.
이제 니치 전략은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꾀하는 소극적 전략이 아니라, 경제 생태계의 적소(適所)를 찾는 전략이 돼야 한다는 게 ‘니치(더숲)’의 저자 제임스 하킨의 분석이다. 세계는 더 이상 주류(主流)에 열광하지 않으며 기업들이 문화의 고삐를 쥐고서 소비를 이끌던 시대는 지났다.
저자가 캐주얼 의류의 대명사였던 갭(GAP)을 실패 사례로 꼽는다. 무던한 중간층 고객에 안주하던 갭은 아베크롬비 등 경쟁업체에 젊은 고객을 빼앗기자 따라잡기에 나섰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어중간한 타깃 설정에 다른 연령대의 충성 고객들마저도 발길을 돌렸던 것이다.
저자가 말하고픈 핵심은 이렇다. “모든 이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하면 어느 누구의 마음도 얻지 못하게 된다.” 오늘날 평균으로 수렴되는 중간층은 존재하지 않으며 대중의 성격은 ‘획일성’에서 ‘잡식성’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하위문화와 반(反)문화를 정체성으로 삼는 다양한 집단들이 새로운 권력이 되었으며 ‘틈새’가 ‘대세’가 되었단 것이다.
그러므로 과거의 마케팅이 중간층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탄착군을 형성했다면 이젠 조준사격이 필요하다. 천편일률적인 커피시장에서 과테말라산(産)과 케냐산 커피의 차이를 알고 싶은 애호가들을 사로잡은 스타벅스와 숭배자에 가까운 고객층을 만들어낸 IT업체 애플은 니치 전략이 주효한 대표 사례다.
주류의 구심점은 점차 힘을 잃고 있으며 주변부와 중심부가 동등하게 뒤섞이는 문화적 풍토에서 블록버스터가 아닌 니치버스터가 미래 사회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저자는 전망한다. 파이낸셜타임스ㆍ가디언 등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의 문장과 통찰이 매끄럽고 날카롭다.
김기훈 기자/kih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