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노트르담 드 파리’佛 오리지널팀 6년만에 내한공연…아름다운 선율·폭발적 가창력·화려한 군무의 환상적 앙상블
가슴 설레는 아름다움과 가슴 찢어지는 아픔을 동시에 품고 있는 것. 구름을 밟는 듯한 행복감을 선물하면서도 지옥 같은 고통을 감추고 있는 이중성. 마음을 녹이는 대신 이성을 얼어버리게 만드는 치명적인 감정. 형용하기 어렵다는 말로 귀결되는 것. 바로 ‘사랑’이 아닐까. 시대를 초월해 모두가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이기에 사랑을 노래한 수많은 명작은 시간을 거슬러 기억되고 회자된다.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Notre Dame de Paris)’도 그중 하나다. 1998년 초연 이래 강산이 변하는 시간이 흘렀지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2005년, 2006년 내한 당시 불어로 공연을 펼친 바 있는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팀이 6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이번엔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영어 버전을 선보인다.
지난 1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 ‘노트르담 드 파리’는 아름다운 집시여인 에스메랄다를 중심으로 다섯 남자의 오색 러브스토리를 펼쳐 보여 ‘사랑의 다면성’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화려한 군무, 귀를 사로잡는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와 배우들의 뛰어난 가창력은 덤이다.
▶주옥 같은 뮤지컬 넘버로 알아본 다섯 남자의 다섯 색깔 사랑이야기=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Quasimodo)는 집시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해 일편단심 민들레 사랑을 보여준다. 마지막 무대 클로징을 앞두고 그가 눈 감은 에스메랄다를 품에 안은 채 ‘Dance, my Esmeralda(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를 온몸으로 부를 때, 콰지모도는 더 이상 등 굽은 초라한 남자가 아니다. 큰 사랑을 가슴에 품은 아름다운 사나이로 비춰진다. 콰지모도 역할의 매트 로랑(Matt Laurent)이 내뱉는 허스키한 목소리는 가슴 아픈 사랑을 절규하듯 전해, 그의 노래가 절정에 치달을수록 관객들의 마음은 강한 전율로 요동친다.
파리시의 근위대장이자 에스메랄다의 매력에 빠져 약혼녀 ‘프뢸르 드 리스’를 배신하는 페뷔스(Phoebus). 페뷔스가 부르는 ‘Torn apart (괴로워)’는 두 여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자의 마음이 잘 드러난 곡이다. 콰지모도의 ‘해바라기 사랑’과 대비를 이뤄 ‘사랑의 맹세’가 갖는 진정성을 새삼 곱씹어 보게 만든다.
‘성직자로서의 정체성’과 ‘에스메랄다를 향한 사랑’ 사이에서 감정의 파도를 겪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주교 프롤로(Frollo)는 ‘ I’m priest and I love this girl(신부가 되어 한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을 통해 이성으로 통제하기 힘든 본능적인 사랑을 떨리는 듯한 굵은 음성으로 표현한다.
작품과 관객 사이에서 안내자이자 해설자 역할을 하는 거리의 음유시인 그랭구아르(Gringoire)는 작품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사랑으로 번민하는지…”라고 외친다. ‘달(Moon)’이라는 곡을 통해 사랑이 주는 행복과 고통을 비유적으로 노래해 관객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에스메랄다의 보호자 역할을 하는 집시 우두머리 끌로댕(Clodin)은 그녀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치는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줘 ‘사랑과 희생’이 맞닿아 있음을 전한다.
이처럼 흡입력있게 작품을 끌어가는 감정선의 중심에는 사랑이 주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다각도로 묘사한 곡들이 있다. 관객들은 이에 공감대를 느끼며 작품에 집중하게 된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 팀이 6년만에 내한, 지난 1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엔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영어 버전을 선보인다. 오는 2월 26일까지 서울에서 공연을 펼친 후 3월에는 성남과 광주, 대구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
▶무대장치와 화려한 춤, 조명을 통해 메시지 전달력 극대화= ‘노트르담 드 파리’는 1막에서 펼쳐지는 28곡, 2막에서 이어지는 23곡의 아름다운 선율로 채워진 송 쓰루(Song through) 뮤지컬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선율만이 다가 아니다. 각종 소품을 활용한 화려한 군무, 발레와 현대무용, 기계체조와 브레이크 댄스를 버무려 ‘배우들의 감정’이 온전히 녹아난 ‘날 선’ 무대를 선보인다. 150분의 러닝타임이 지루할 새도 없이 이어지는 이유다.
특히 무대 배경이 에스메랄다와 페뷔스가 밀어를 나누는 ‘발다무르 카바레(Le val d’amour)’로 옮겨졌을 때는 남녀가 앙상블을 이룬 파워풀한 춤의 향연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또 페뷔스가 두 여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장면에서는 라이트 핀이 무대 뒤 독무를 추는 댄서를 번갈아가며 비춰 그의 심정이 임팩트 있게 전달된다. 단순히 노래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 장치와 조명의 어울림, 다채로운 춤을 통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극대화 시킨다는 점이 노트르담 드 파리가 세계적으로 오랜기간 인기를 끌어온 비결이다.
▶무대 비하인드 스토리 알고보니=작품을 보다 보면 ‘이 무대는 어떻게 꾸몄을까’ 물음표가 생기는 부분이 있다. 이 작품에도 비밀은 있다. 콰지모도가 석상 위에 올라앉아 안타까운 사랑을 노래하는 장면에서 거대한 석상을 움직이는 건 자동제어장치가 아니다. 스태프가 안에 들어가서 직접 ‘석상 운전’을 담당하는 것. 자세히 보면 밖이 보이는 구멍이 있어 석상은 충돌 없이 무대 위를 종횡무진한다.
또 배우들이 큰 종에 올라타 종을 좌우로 흔들고 심지어 거꾸로 매달리는 장면을 연출할 때, 그들은 오로지 ‘다리 힘’만으로 연기하고 버틴다. 배우들 대부분 배에 식스팩 하나씩 품고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공연 관계자는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숨은 노력이 무대 곳곳에 숨어 있다”면서 화려한 볼거리 이면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황유진 기자 / hyjgo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