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커플 내세운 ‘게이 결혼식’
무대-객석 위치 바꾼 ‘풍찬노숙’
‘…답다’라는 무대위 공식 깨고
독특한 상상력으로 관객 압도
‘답다’라는 수식어를 부정하는 작품이 잇따라 무대에 올려진다. 장르의 벽을 허물고, 소재와 인물 측면에서 기존의 공식을 깬 신선한 무대가 관객의 마음을 두드려 깨운다.
▶오케스트라일까? 연극일까? 형식 파괴한 연극적 오페라 ‘마술피리’= 연출가 피터 브룩이 오는 3월 또 한 번의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2010년 내한해 ‘11 그리고 12’라는 작품으로 소박함의 극치를 유감없이 보여줬던 그가 이번엔 오페라 ‘마술피리’를 택했다. 기존 모차르트 오페라의 형식을 완전히 깨고 무대 위 여백의 미를 살린 ‘연극적 오페라’를 꾸민다.
브룩은 ‘무대의 진가는 최소한의 세팅에서 더 확실하게 드러난다’는 그의 연출문법을 ‘마술피리’에도 철저히 적용했다.
오케스트라도 없다. 대신 피아노 한 대가 선율을 이끈다. 화려한 의상과 무대 소품도 없다. 7명의 성악가와 2명의 연극배우가 편안한 의상을 입고 음악에만 집중하는 공연을 펼친다. 대나무 몇 그루만이 무대장식의 전부인 것도 특징. 이 작품에서 브룩은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를 완전히 해체, 드라마의 골격만을 남겨 절제가 녹아난 이색적인 무대를 연출한다.
그는 “관객에게 감동을 강요하는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소리’ ‘사람’ ‘스토리’에 중점을 둔 무대를 연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공연 관계자는 “연극과 오페라 요소가 오묘하게 섞인 색다른 무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3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에 걸쳐 LG아트센터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02)2005-0114
▶편견은 가라. 남남 커플의 에피소드를 정면에 내세운 연극 ‘게이 결혼식’= 독특한 캐릭터 라인이 눈길을 끄는 공연도 있다. 지난해 프랑스 연극계의 화제작으로 손꼽히는 ‘게이 결혼식’이 오는 3월 1일부터 아시아 지역 최초로 한국에서 공연을 펼친다. 작품 속 커플이라 하면 으레 남녀 커플을 떠올리기 쉬우나 이 같은 편견을 깨고 남남 커플이 만들어가는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풀어낸 작품.
모태 바람둥이 앙리가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게이가 되기로 결심하고 1년 동안 남자 도도와 거짓 결혼생활을 하면서 이어지는 해프닝을 코믹하게 그렸다. 게이를 주연 캐릭터로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과 아직까지 우리사회에서 터부시되는 소재를 코믹극으로 풀어냈다는 점이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한국 초연무대에는 배우 서현철ㆍ전진기를 비롯해 최덕문ㆍ노진원ㆍ김늘메 등이 캐스팅됐다. 오는 7월 1일까지 학전블루소극장에서 공연된다. (02)766-6007
▶한국의 미래는 어떨까? ‘코시안’이라는 현실적 소재를 ‘반전무대’로 풀어낸 연극 ‘풍찬노숙’= 4시간에 이르는 러닝타임. 무대와 객석의 위치를 완전히 뒤바꾼 공연장. ‘코시안(한국과 아시아계 혼혈인)’의 현실을 반영한 소재로 한국의 미래를 통찰력 있게 풀어낸 연극 ‘풍찬노숙’은 시사성이 가미된 파격적인 작품이다. 우리 사회에 잠재돼 있는 ‘인종 차별주의’를 꼬집어 한국사회가 맞이할 수 있는 상황을 독특한 상상력으로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 시점도 특이하다. 앞으로 다가올 세상을 먼 과거 시점으로 되돌려 한편의 ‘신화’ 로 풀어냈다. 이 때문에 장면과 대사가 시공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공연 관계자는 “작품 색깔을 잘 드러내기 위해 객석의 좌석을 모두 뜯어내고, 경사가 있는 객석을 무대로 만들었다. 공연장의 구조를 십분 활용해 썰매 타는 모습도 연출하는 등 형식과 소재 모든 면에서 이색적”이라고 언급했다. 오는 12일까지 공연되는 이 작품은 남산예술센터의 2012년 시즌 개막작으로, 남산예술센터 상주 극작가인 김지훈의 신작이다. (02)758-2122
황유진 기자/hyjgo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