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번화가인 롯폰기힐스의 모리미술관 전관에서 오는 5월 27일까지 열리는 ‘이불:나로부터, 오직 그대에게’전은 작가의 1990년 초기 퍼포먼스 작업에서부터 신작까지 시기별 대표작 45점을 한자리에 모은 회고전이다. 모리미술관이 자국 작가를 제외한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처음으로 이불을 초대한 것은 지난 20년간 인간의 조건, 이룰 수 없는 이상향 등의 주제를 대담하면서도 밀도 있게 표현해왔기 때문.

회고전은 ‘순간적 존재’ ‘인간을 초월하여’ ‘유토피아와 환상풍경’ ‘나로부터, 오직 그대에게’ ‘스튜디오’등 총 5개 섹션으로 짜여졌다. 한꺼번에 볼 수 없었던 대형 조각과 설치작업이 망라돼 파워풀하고 야누스적인 이불의 작업여정을 총체적으로 음미할 수 있다. 인간의 내장이 뒤얽힌 듯한 ‘몬스터’ 연작을 필두로 퍼포먼스 영상, 인간과 기계의 형태가 결합된 사이보그, 욕망의 총아인 스포츠카와 영면을 상징하는 관이 결합된 가라오케 캡슐, 찬란히 빛나는 크리스털 조각, 백두산 천지를 형상화한 욕조설치 작업 등은 드넓은 미술관에 강력한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