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괴짜 의사가 쓴 일상과 의학 에세이
<간은 할 일이 많을수록 커진다>(은행나무. 2012)는 독일에서 괴짜로 불리우는 한 의사가 쓴 책이다. 의학과 일상 속 유쾌하고 재미난 현상들을 재기발랄하게 펼쳐 보인다. 일부는 엉뚱하고 일부는 기발하다. 저자는 다양한 과학 실험과 폭넓은 의학 지식을 기반으로 남자와 여자의 심리적·생태적 차이, 동물과 인간의 유사성을 분석함으로써 서로 이해하고 더불어 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들을 모색한다. 또한 현대사회의 건강 트렌드, 질병과 새로운 의료기술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고, 첨단기술이 가져온 문제점들에 대해 비판한다. 이런 괴짜가 있을까 싶은 대목이 적지 않다. 몇 대목을 옮긴다.
“당신이 딸을 출산할 때 남편께서 당신 옆에 있어 줬던 것처럼 남편도 그가 치질 수술을 하는 힘겨운 15분 동안 당신이 곁에 있어 줄 것을 기대합니다.” 37쪽 삽화.
“처음에는 누군가 당신에게 그녀의 머리카락 한 올을 가져다주면 뭐든 줄 수 있을 것 같다가도 마지막에는 누군가 당신의 욕실 하수구 구멍에서 그녀의 머리카락을 말끔하게 처리해 준다면 그 대가로 기꺼이 모든 걸 주고 싶어지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본문 중)
“이 지구상에서 과연 누가 가장 오랫동안 섹스를 하는가? 승자는? 바로 식용달팽이다!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는 사랑의 행위에 3분의 시간이 걸리며, 사람의 경우는? 아, 이쯤 해두자, 실망을 안겨주고 싶지는 않으니까. 여러분도 뭐 벌써 알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식용달팽이의 경우 정말로 180분을 온전히 섹스에 투자한다. 달팽이와 마주칠 때마다 그것이 왜 그토록 천천히 기어가고 있었는지 이제 분명해졌다. 달팽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의 얼굴에 살짝 미소를 머금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본문 중)
[북데일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