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욱은 보름달처럼 둥글고 넉넉한 달항아리를 통해 현대인들의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 아무런 무늬와 그림이 없어 ’순백자’라 불리는 조선백자 중에서도 최고의 미감을 자랑하는 달항아리에 주목한 최영욱은 달항아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보다, 백자 표면 유약 속의 작은 선들인 ’빙열’을 형상화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빙열을 독창적인 장식처럼 사용한 조선시대 도공들처럼 최영욱 작가 또한 달항아리의 빙열 속에서 삶의 인연, 기억의 실타래를 묵묵히 풀어내고 있는 것. 옛 도공들이 오랜 연마를 통해 다듬어진 숙련된 솜씨로 멋드러진 달항아리를 빚어 냈듯 최영욱 또한 연필로 무수한 선을 긋거나 동양화 물감으로 은은한 응어리를 만들어가며 달항아리 속에 갖가지 삶을 새겨넣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덤덤한 여백과 가느다란 선으로 묘한 미학적 울림을 주는 최근작 20여점이 출품됐다. 풍만하고 간결한 형태, 담백한 빛깔, 아무런 문양없이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조형미를 지닌 최영욱의 달항아리 회화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저마다 삶의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관람시간 평일 오후 8시까지, 주말(금.토.일)은 오후 9시까지. 051-678-2610
<이영란 선임기자> / yrlee@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 / m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