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그룹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리드 보컬이자 설치미술가, 사진작가, 영화감독 등으로 활동해온 데이비드 번. 그에게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직업은 ‘사이클리스트’이다.
‘예술가가 여행하는 법(바다출판사)’은 런던, 베를린, 이스탄불 등 데이비드 던이 자전거로 누빈 도시들에 대한 여행기다. 저자에 따르면 도시는 사회적 동물의 믿음과 무의식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며 도시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은 “한 무리의 집단 심리 속을 여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의 기록은 단순한 인상비평에 그치지 않는다. 또한 저자는 그저 사탕발림 소리만을 늘어놓지도 않는다. 이를 테면 미국의 볼티모어에 대한 평가는 신랄하다. 대형차만을 고집하는 등 “탐욕스럽고 근시안적인 짓”을 저지른 GM 탓에 GM이 주축이 된 볼티모어의 삶 역시 황폐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GM의 경영진은 경제적이고 연비 좋은 차를 만들 줄 아는 일본인들이나 한국인들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비판은 독설에 가깝다. 한편, 자연을 품은 유럽의 도시는 미국과는 다른 세계관을 보여준다. 미국이 자연을 통제의 대상으로만 삼는다면 유럽은 이를 가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베를린의 자전거도로 역시 마찬가지다. 그 길은 지속 가능한 삶과 맞닿아 있으며 자전거는 복지와 인권에의 열망을 동력으로 삼아 달린다.
요컨대 허리띠를 늘려 체중을 해결할 수 없듯 도로를 늘려 체증을 해결할 순 없다. 저자의 주장은 창의적이고 건강한 다른 삶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탐욕과 허영의 질주를 막고 평등과 민주주의의 보행로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도시의 역사와 정치, 문화를 꿰뚫는, ‘창조적 카멜레온’이란 별명에 걸맞은 예술가적 통찰이 곳곳에서 빛난다. 무분별한 성장과 개발로 일방통행하는 오늘날의 도시에 대한 반성적 문명비평으로 읽어도 부족함이 없다.
김기훈 기자/kih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