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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숙주는 변절자일까, 고뇌하는 지식인일까?
신숙주는 바라보던 기존의 역사적 시각은 변절자였다. 하지만 변절자이기 전, 고뇌하는 지식인이었다고 보는 김용상의 소설 ‘왕도와 신도-신숙주, 외로운 보국(輔國)의 길’(나남)이 무난히 2쇄를 찍는 등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이 책은 사실(史實)을 기반으로 편년체로 씌어져 당시의 시대상을 비교적 정확하게 읽을 수 있고, 사림(士林)들의 폄하 이후 그동안 심히 왜곡된 평가를 받아온 신숙주 선생을 따뜻한 마음으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았다는데 적지 않은 의미를 담고 있다.

게다가 출간 초기 종영했던 KBS 드라마 ‘공주의 남자’와 당시 인기리에 방영중이었던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가 함께 과거 인물에 대한 새로운 조명을 타고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조선 초기의 문신으로 영의정을 지냈으며 4차례 공신 반열에 올랐던 신숙주(申叔舟, 1417~1475)는 집현전의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뛰어난 문장력으로 세종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고, 훈민정음 창제에도 공헌했다. 누구나 인정할 만한 이러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를 변절자로 기록한 추후의 역사기록들이 지금의 변절자 신숙주를 만들었다.

‘왕도와 신도’의 저자는 그러한 역사기록과는 다른, 지금껏 많은 이들이 놓쳤던 사료에서 새로운 신숙주를 탄생시켰다. 1453년 10월 10일자 ‘조선왕조실록’에 설명된 1만자 가까운 장문의 계유정난 기록 중 가담자의 명단에 신숙주의 이름이 없다는 사실, 한명회, 권남 등 계유정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인물과 신숙주에게 내려진 정난공신의 호가 다르다는 사실, 신숙주가 자신은 정난에 가담하지 않았으니 공신 호를 삭제해달라고 말했다는 사실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소설 ‘왕도와 신도’는 신숙주가 일생을 살며 이야기했을 법한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신숙주가 수양대군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의 ‘오른팔’이 되어 가는 과정, 계유정난을 겪는 과정, 다른 길을 걷기에 잃을 수밖에 없는 친구들을 지켜보는 과정, 기어이 조카를 내쫓고 왕의 자리에 앉아 이해할 수 없는 정치를 펴는 수양대군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겪는 고뇌, 망설임, 결단, 번민, 실망, 슬픔 등의 순간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전개방식을 통해 독자들은 신숙주의 내밀한 심경을 읽을 수 있다.

성삼문, 박팽년, 이개 등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벗들과 신숙주의 이야기를 통해서, 특히 젊은 세대는 복잡한 현실에 대해 사유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왕도와 신도’를 읽으며 독자들은 신숙주처럼 거창하진 않지만 일상생활에서 한 번쯤 느꼈던 동질적인 감정과 의식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 길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 주변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 것에 대한 불안, 어느 것이 더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번민으로 머리를 흔드는 신숙주를 보며 우리 스스로를 뒤돌아 볼 수 있다. 이 책의 드라마틱한 스토리 자체도 사극의 소재로 한번 다뤄질만하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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