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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시인 장석주의 지복의 시골생활
‘호접몽’(胡蝶夢).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그 경계, 시인 장석주가 안성 금광호수가에 지은 집 이름이다. 번잡한 도시의 삶을 접고 시골로 내려간 시인은 노모와 세 마리 견공, 책과 사색, 글짓기의 조촐한 삶을 꾸렸다. 산문집 ‘고독의 권유’(다산북스)는 오직 본질로만 서 있는 겨울나무처럼 고요함과 느림의 일상을 굵고 선명하게 담아낸다.

서른 해 이상을 살았던 무한속도의 도시에서 시골로의 몸의 이식은 무엇보다 계절이 주는 지복을 누리는 일이다. 지극한 행복은 거창한 게 아니다.

시인은 “봄의 나른한 햇빛과 흙냄새, 그리고 아지랑이 속에서 내 핏줄에 꿈틀대는 충동과 나태와 쾌락 등에 대한 더이상의 불필요한 죄의식을 털어버리기로 한다. 행복해진다는 건 하나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고 고백한다.

시인의 “인생의 바닥에서 맛본 실패와 좌절의 쓰디씀과 메마른 밥, 자발적 가난의 시절에 대한 따뜻한 기억들”이 나른하게 몸에 감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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