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무대서만 50년…배우 김금지 씨
‘어미’‘갈매기’등 수많은 작품서 열연재능있는 후배위해 직업 안정성 높여야
“창작극이냐 번역극이냐 구분없이 좋은 작품이면 무대에 올려야죠, 그렇지 않아요?”
극단 김금지 대표 김금지(70)씨는 연기생활 50주년 기념으로 올린 ‘노부인의 방문’이 관객들의 호응으로 재공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데 공연장을 잡는 것조차 쉽지 않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국립극단 1기 단원으로 공식적인 연극 활동을 시작한 그는 무대인생 50주년 기념으로 2005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했던 ‘노부인의 방문’을 지난 연말 다시 무대에 올렸다. 하지만 공연장을 확보하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창작극 위주로 공연장을 빌려준다면서 ‘노부인의 방문’은 심사과정에서부터 취소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무조건 창작극이라고 지원하는 건 문제가 있어요. 작품성이 좋으면 창작극이든 번역극이든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되는 거죠.”
그는 성과나 반응이 좋았던 검증된 작품을 재공연하려는 것인데도 창작극이 아닌 경우 작품성과 무관하게 공연장 대관이 더 까다롭다며 지적했다.
김씨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어미’ ‘이사도라 이사도라’ ‘갈매기’ ‘밤으로의 여로’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동아연극상 여우주연상, 백상예술대상 여우주연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대상 등을 받으며 누구보다 화려한 연극배우 인생을 살아왔다. 스스로도 좋은 배역, 주인공을 도맡으며 연극 ‘원없이 했다’고 자부할 정도다.
하지만 국내에서 ‘연극배우’를 직업으로 삼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뮤지컬이나 코믹극은 그래도 인기를 얻고 있죠. 하지만 정통극은 살아갈 길이 없어요. 그전보다 조건이 더 나쁜 것 같습니다.” 김씨는 50년 이상 무대를 떠나지 않고 한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도 자신에게 연극은 직업이 아니었고 ‘직업 이상의 존재’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씨는 “연극만 하고 싶다는 아이들에게 희망이 있어야 해요. 국립극단 단원 처럼 연극이 직업이 되는 길이 자꾸 더 열려야 한다고 생각해요.”라며 후배들을 위한 개인적인 생각을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서일대 연극영화과 겸임교수로 8년간 재직하던 시절 무대에 목말라하는 어린 제자들을 보면서 감동을 받아 극단 김금지가 무대에 올리는 작품에는 꼭 한두 명의 재능있는 제자들과 함께 공연하곤 한다.
열악한 연극 환경이지만 “배우로 타고난 것 같아요. 한 번 시작한 것을 중도에 그만두면 자존심이 상하는 성격”이라는 그는 주저없이“연극은 내 인생”이라고 말했다.
<황유진 기자>/hyjgo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