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주미 대사의 갑작스런 사퇴와 무역협회장 취임으로 그가 지난 3년 동안 심어놓은 미국 내 인맥이 소실될까 우려의 소리가 높다. 그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과정에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깊이 관여했다는 점에서 현재 야권으로부터 제기되는 국내외 반대 여론을 효과적으로 잠재우기 위한 방안으로는 바람직한지 모르나 미국 내 처리과정이 아직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주미 대사 만 3년 동안을 한ㆍ미 FTA 처리 대사로 지낸 것이나 다름없게 영향력 있는 미국 인사들을 만나 설득해왔다.
물론 그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와 한·미 FTA 대책위원장을 맡았었기에 야당의 공세를 막아낼 대항마로서 적임자일지 모른다. 특히 통상산업부 차관, 통상교섭본부장, 재정경제부 장관까지 거친 전형적인 경제관료로서 폭넓은 경험과 국제적 식견을 두루 갖춘 것이다.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인 자유무역 정책을 뒷받침할 적임자라는 점에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가 이룩해 놓은 미국 내 인맥은, 그를 국내용으로만 써먹기에 너무 아깝다. 더욱이 일부 무협 일반회원들의 낙하산 인사 반발까지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무협 회장으로 꼭 민간 출신을 영입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도 문제가 없지 않지만, 관료나 민간 출신 여부를 떠나서 최소한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사전 절차가 필요했다.
그를 무역협회장에 앉히려고 서둘러 주미 대사 직에서 사퇴시킨 절차도 탐탁지 못하다.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을 위해 귀국한 그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면담 직후 사의를 표명했고, 또 하루 만에 후임 협회장에 추대됐다는 사실이 많은 의혹을 일으키는 것이다. 무협 회장으로 그를 선임해서 한·미 FTA가 무난히 굴러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그것도 문제다.
특히 한 대사의 갑작스런 사퇴로 미국과의 외교관계에서 결례를 범한 것은 실수라고 할 수 있다. 특명전권대사가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것은 전례에도 드문 일이다. 이처럼 상식에 어긋난 조치로 국민들의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은 왜 감안하지 못했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이를 복원하려면 대단한 양보와 사과가 뒤따라야 할지 모른다. 국익에도 손해를 끼친 것이다. 남은 길은 한 회장이 무협 회장으로서 당분간 새로 임명될 주미 대사에게 자신의 미국 내 인맥을 적절히 인도, 한ㆍ미 FTA 매듭 등 한ㆍ미 관계에 금이 가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