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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드수수료 분쟁, 원인 제공자가 해결해야
박상근 세영세무법인 고문ㆍ경영학박사
지난 9일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 ‘여신전문업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가 영세 가맹점의 카드수수료율을 정하도록 돼 있다. 카드업계는 이를 ‘시장경제원리에 어긋나는 포퓰리즘’ 입법이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정부와 신용카드사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카드 활성화대책으로 시장을 왜곡시키고, 카드사는 정부 정책에 안주해 손쉽게 돈을 벌어왔다.

그동안 정부는 신용카드 결제 범위를 확대하고, 자영업자들의 가맹점 가입을 의무화 했으며, 가맹점이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러한 정부정책은 가맹점에게는 규제였다. 하지만 정부의 세수와 카드사들의 수수료는 급증했다. 정부와 카드사가 합세하여 약자인 가맹점을 코너로 몰아놓고 세금과 수수료를 챙긴 느낌이다.

이에 따라 민간 소비 대비 카드 사용액 비율은 신용카드 도입 초기인 ‘87년 3.8%에서 지난해 60.1%(493조원)로 대폭 늘어났다. 하지만 카드 수수료 체계는 30년 동안 큰 틀에서 바뀐 게 없다. 카드사는 가맹점주가 벌어들이는 소득의 3분의1 정도를 수수료로 가져가는데, 너무 높다. 이에 따라 2010년 카드사가 가맹점으로부터 챙겨간 수수료는 7조원에 달했고, 지난해에는 9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재벌 계열사인 6개 전업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2009년 1조 8642억 원에서 2010년 2조 7217억 원으로 46%나 급증했다.

카드사용확대정책의 열매는 정부와 카드사에게만 돌아갔고, 가맹점인 자영업자에겐 매출 노출로 인한 세금과 수수료 부담만 안겼다. 형평성이 너무 결여됐다. 형평성 회복 차원에서 카드수수료 인하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카드수수료율을 정부가 정하도록 하는 입법이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면, 정부가 자영업자의 가맹점 가입을 의무화하고 카드 결제를 강제한 것도 시장원리에 어긋난다.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ㆍ육성해야 한다”는 헌법 제123조의 정신에 비춰볼 때, 정부가 중소 가맹점의 카드수수료를 정하는 것이 반드시 헌법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자영업자들이 지난해부터 꾸준히 카드수수료율 개선을 요구해 왔는데도 카드사들이 미온적으로 대처해 온 것이 여신전문업법 개정의 빌미가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카드수수료율이 1.5%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두 배가 넘는 3.2%에 달한다. 여기에 약자인 중소 가맹점 수수료율은 높고 대형 가맹점은 낮은 빈익빈 부익부 형태의 수수료 체계도 바로잡아야 한다. 같은 조건하에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많은 부담을 지우는 사회가 ‘공정사회’일 수 없고, 대ㆍ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사회가 될 수 없다.

이제 카드수수료 분쟁 원인 제공자인 정부와 카드사가 나서서 ‘결자해지(結者解之)’할 때다. 여신전문업법 개정안을 철회하려면 정부가 뿌린 반시장적 씨앗 즉, 가맹점 의무 가입과 카드결제 강제를 거둬들이고 자율에 맡기는 게 최선책이다. 이것이 시장경제원리와 형평에 맞는다. 이렇게 하기가 어렵다면 여신전문업법 개정안 철회와 함께 카드수수료율을 가맹점이 요구하는 수준(1.5%)으로 일괄 내리는 것이 차선책이다. 가맹점별 수수료 차별은 또 하나의 불씨가 된다. 정부와 카드사가 진정성을 갖고 나서지 않으면 카드수수료 분쟁은 영원히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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