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제기한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강 의원은 약속대로 박 시장 측에 사과하고 의원직을 사퇴했다. 박 시장은 법적 대응이라던 애초 강경 자세에서 용서의 답을 내놓았다. 이로써 외견상 박 시장의 아들 병역비리 의혹 제기는 일단 종결됐다. 물론 직접 피해 당사자인 박 시장 아들과 그 가족, 심지어 여자친구가 입었을 심적 고통은 쉽게 아물지 않을 것이다.
이런 해프닝은 우리 사회에 몇 가지 시사점을 남겼다. 우선 공직자의 자세다. 가해자 격인 강 의원이나 피해자라 할 박 시장 모두 지도층 인사다. 공인으로서 해야 할 일과 해선 안 될 일에 대한 극명한 선을 체험했다. 박 시장은 엄격한 자기 및 주변 관리 필요성과 함께 상대방 해코지의 해악을 알게 됐다. 강 의원은 공인으로서 해선 안 될 일을 정확하게 일깨웠다. 물론 공직에 대한 감시와 감독은 납세자인 국민이라면 그 누구도 향유할 수 있는 권리다. 더구나 사실에 입각만 한다면 얼마든지 사안에 따라 의혹 제기도 가능하다. 그러나 강 의원의 경우는 너무 허술했고, 스스로를 ‘괴물’로 표현하며 저급 스토킹을 연출했다.
무분별한 거짓 폭로나 흑색선전, 루머, 괴담 등의 폐해는 크다. 특히 인터넷과 SNS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해 무방비로 확산돼 치명적이거나 최소한 심각한 내상을 안긴다. 이번에도 그랬지만 앞서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 역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흑색선전에 결정타를 먹었다. 지난 두 차례 대선의 경우 이회창 후보는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 거짓 폭로로 대권의 꿈을 모두 접었다. 악성 루머와 관련된 ‘최진실 법’ 제정은 표현의 자유를 앞세운 진보세력 반대로 좌절됐다. 이로써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처벌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나경원 법’이 더욱 절실해진 반면 민주통합당이 발의한 ‘정봉주 법’은 허구임이 드러났다.
만일 강 의원이 법정에서 허위임을 알고도 상대방을 비방할 목적이 있을 때만 처벌토록 하자는 정봉주 법을 앞세워 “그런 줄 몰랐다”고 잡아떼면 처벌할 근거가 없다. 민주당은 정봉주 법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줄 알기나 했는가. 올해 총선, 대선에는 보다 정교한 폭로와 흑색선전, 루머 등의 유포가 횡행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가 안 되면 정부가 사회안전망 확보 차원에서라도 나경원 법 같은 근절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