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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럼>원자력 안전을 위한 선택-양준석 한국전력기술㈜ 원자로설계개발단장
오는 11일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지 꼭 1년이다. 세계 각국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자신들의 방식으로 사고를 받아들였다. 당사국인 일본을 비롯 독일 등 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원전 대신 화석 연료와 신재생에너지를 선택했고, 미국과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은 원자력 확대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일부에서는 일본처럼 원전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실을 감안하면 경쟁력과 현실성 있는 에너지원이 등장하기까지 약 50년 이상은 원자력이 가교에너지로서 유일한 선택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

30년 간 원자력 분야에서 일해 온 필자로서는 향후 50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많은 국민들이 갖는 불안감을 해소시키고 동시에 원자력을 우리의 수출주력산업으로 키워 국가발전에 이바지 해야 할 사명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원전의 안전성 증진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현재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시설의 설계에서 건설 및 운영에 대한 요건들이 포함된 안전규제 법령 및 기준들에 따라 관리되고 있으며 기기계통 및 구조물의 재료, 설계, 제작, 시험, 검사 및 설치에 대한 상세한 기술사항도 원전 산업기술기준을 철저하게 적용받고 있다.

원전 설계도 공동의 안전(Public Safety)를 최우선으로 해 수행된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원전 안전성 확보 방안 중 대표적인 것이 심층방어개념(Defense in Depth Concept)의 적용이다. 원자력발전소의 내부시설에 고장이 발생하거나, 후쿠시마의 사례처럼 외부로부터 복합적인 위협이 발생했을 때 이에 잘 대처하기 위해 사고발생의 예방과 사고결과의 완화까지 단계별로 방어수단을 마련해 놓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대한 인허가는 이러한 방어수단들이 목적에 맞게 철저히 적용됐는지 검증돼야 취득이 가능하다. 그 덕분에 우리나라 원전은 이용율은 세계 최고를, 불시정지 횟수는 세계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뿐 만 아니라 그 동안의 지속적인 원전건설 경험을 통해 세계 최고의 인력을 확보하고 있고, 기술 또한 그 어느 국가보다 앞서 있다.

하지만 원전산업 종사자들은 원전이 100% 안전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이는 100% 안전을 확신하고 사고의 가능성을 간과했을 때 바로 사고가 발생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고의 가능성을 충분히 가정하고 이를 방지, 예방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안전이 확보된다. 원자력은 고위험 산업이다. 때문에 항공, 우주산업과 같이 안전성 확보를 가장 상위의 가치로 보고 가장 많은 재원과 자원을 투자한 기술개발을 통해 위험요소를 제거해가는 분야이기도 하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50여개의 개선사항을 도출해 적용하고 있으며 국제기구 및 각국의 원전기관들과 함께 안전성 확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시에 보다 더 안전한 신형원자로 개발을 위한 연구를 계속 추진 중에 있다.

최근 미국에서 34년 만에 신규 원전건설이 승인됐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에 대한 두려움이나 회피보다는 안전성 강화를 전제로 한 도전과 노력의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가 국가의 미래와 후손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선택해야만 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과장된 위협이나 두려움이다. 상상으로 커지는 불안과 두려움보다는 현실적인 가능성을 냉철하게 판단하고 위험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선택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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