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4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60%가 넘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강력한 러시아 재건’을 표방한 푸틴을 러시아 국민들이 거듭 신임한 것이다. 이로써 그는 지난 2000~2008년 두 차례 대통령을 지낸 데 이어 임기 6년의 ‘3기 푸틴 시대’를 열게 됐다. 특히 러시아 대선은 올 들어 이어질 중국 미국 등 한반도 주변 강국 리더십의 첫 교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사실 푸틴의 승리는 일찌감치 결정돼 있었다. 공산당 등 일부 경쟁 후보가 있었지만 대안이 되지 못해 사실상 단독 출마로 유권자들로선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21세기 차르’의 귀환을 추인했다고 하나 그의 앞날은 그리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전대미문의 회전문식 대통령직 복귀와 장기 집권에 따른 국민적 피로감을 어떻게 풀어갈지가 관건이다. 푸틴은 당선이 확정되자 “정직한 선거에서 완벽한 승리를 했다”며 눈물을 흘렸고,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 역시 정당성 확보를 염두에 둔 제스처인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물론 국제 사회 누구도 그의 눈물을 믿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국민들은 언제든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설 태세이며, 이미 그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푸틴을 힘들게 하는 것은 러시아의 경제 사정이다. 지금 러시아 경제 상황은 지난 2000년 푸틴 체제가 처음 출범했을 때와는 판이하다. 그때만 해도 높은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값에 힘입어 7% 이상의 성장을 구가했다. 하지만 러시아 석유 최대 소비처인 유럽의 경제 위기로 성장은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올해 예상 성장률은 3%대로 추락했으며, 그나마 내년에는 2%대도 장담하지 못할 처지다. 이런 경제 여건으로는 푸틴이 약속한 강한 러시아는 기대난망이다. 게다가 군부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정과 부패는 두고두고 푸틴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결국 푸틴은 강한 러시아 실현의 돌파구를 국외에서 찾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푸틴의 재등극은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당장 푸틴이 추진하는 극동 시베리아 개발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과 자본 참여를 늘릴 호기다. 북한을 관통하는 시베리아 가스관 연결 역시 푸틴을 중재자로 활용하면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