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북송 반대 콘서트
차인표 등 연예인 49명 참여
정치·이념 배제 애절한 호소
北인권보호 대책마련 시급
“나 ○○○은(는) 탈북자와 함께 울겠습니다.” 지난 4일 저녁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 모인 차인표 신애라 부부를 포함한 연예인 49명은 중국정부의 탈북자 북송을 반대하는 ‘크라이 위드 어스(Cry with us)’ 콘서트를 마친 뒤, 한 명씩 앞으로 나와 서약했다. 휠체어를 타고 나온 강원래는 “우리가 흘리는 눈물 한 방울이 모여 그들을 죽음에서 삶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옮길 수 있습니다”라며 호소문을 낭독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연예인들은 정치도 이념도 배제한다는 입장을 단호하게 밝혔다. 연예인들이 장외 활동에 나서기만 하면 ‘소셜테이너’ ‘폴리테이너’로 치부했던 이들도 달라진 눈빛으로 49명의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박선영 의원이 단식투쟁으로 탈북자 북송 반대 의견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면, ‘크라이 위드 어스’ 콘서트는 국민적 공감과 동참을 이끌어냈다.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중국이 강행하고 있는 탈북자 북송 저지에 이념도 당색도 털자는 호소가 외면당했을 때, 연예인들이 뜻을 함께하면서 국민들의 눈을 돌린 것이다. 연예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이 행사에는 뒤늦게 숟가락 하나를 얹어 ‘꼼수’를 부리려는 정치인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 모임에서 금배지를 얻어내기 위한 ‘이지 라이더(Easy Riderㆍ편승자)’는 통하지 않았다.
한국발 북송 반대 여론과 시위 소식이 세계로 퍼지자 대한민국 국회보다 신속히 움직인 곳은 미국 의회였다. 미국 의회 산하 중국위원회(CECCㆍthe Congressional-Executive Commission on China)는 현지시간 5일 ‘중국의 탈북자 강제송환 청문회’를 긴급 소집했다. 탈북자 모녀가 미국 의원들 앞에서 우리말로 전한 증언은, 차인표가 탈북자의 처지를 비유했던,조그만 쇠공이 굴러가며 이쪽저쪽 벽에 부딪치다 어두운 구멍 속으로 처박힌다는 ‘핀볼게임’ 그대로였다.
탈북자 모녀의 절박한 호소는 외신과 트위터 같은 SNS를 통해 중계됐다. 미 청문회에는 지난 2004년 미국 의회에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는 데 기여한 마이클 호로위츠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나와 “한국인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중국의 국제법 위반을 막도록 요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나치를 피해 폴란드에서 이주한 유대인 3세로 미국 내 북한자유연대를 만든 인물이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올 9월이면 시효가 만료되는 만큼, 북한인권보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서둘러 탈북자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에도 제한적이긴 하나 ‘납치문제 그 밖의 북조선 당국의 인권침해문제의 대처에 관한 법률’에 의거한 북한인권법이 있다. 한국은 어떤가. 지난 2005년 발의된 북한인권법은 17대 국회가 끝나면서 폐기됐다가, 3년 후인 2008년 제18대 국회에서 재발의된 후 계류 중이다.
연예인들이 한마음으로 부른 합창곡 ‘크라이 위드 어스’ 콘서트가 정말 절실한 시점에 국민들의 호응과 세계의 관심을 모으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중국의 탈북자 강제소환 강행을 막기 위해 현재로선 국제 여론을 통한 압박이 가장 큰 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