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또 난관에 부딪쳤다. 7일 기지 건설 기반공사를 위한 발파작업이 시작되자 일부 마을 주민과 시민ㆍ종교단체 관계자 등의 시위가 더 극렬해진 것이다. 몇몇 시위대는 카약을 타고 해안으로 접근하다 전복되는 아찔한 사고도 있었다. 한명숙 민주당 대표 등 야당 정치인들의 가세는 기름이 되고 있다. 급기야 제주도가 공유수면 매립공사 정지명령을 예고, 중앙-지방정부 간 갈등도 시작됐다.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논란은 이제 접을 때가 됐다. 반대 세력의 충정은 그만하면 국민들에게 충분히 전달됐다. 제주 해군기지는 오랜 논의 끝에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7년 주민투표와 제주도민 여론조사를 거쳐 결정됐다. 어업권과 토지 등 지역민에 대한 보상도 모두 마쳤고, 법원이 반대 세력의 공사방해 금지 결정까지 내렸다. 보상 과정에서 소외되거나 고향을 지키겠다는 진심에서 반대한 주민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합법적 절차와 합의 과정을 거친 사안이다. 환경 평가도 마쳐 더 이상의 반대는 ‘반대를 위한 반대’일 뿐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제주도의 반발이다. 제주도의 공사 정지명령 예고에 정부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혀 자칫 법정 분쟁으로 비화할 소지도 다분하다. 사실 제주도의 반대는 감정적인 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형 크루즈 선박 입출항이 가능한지 검증하는 시뮬레이션을 해군과 함께 하자고 요청했지만 정부가 거부한 데 대한 불만의 표시인 셈이다. 제주 남방 해역의 해상 교통로를 보호하고 해양 주권을 지키는 전초기지 건설이라는 국가적 사업에 해당 지자체가 감정을 앞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
대형 국책사업이 환경 문제 등을 빌미로 늦어지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그동안 숱하게 봐 왔다. 경부고속철도 공사가 ‘천성산 도롱뇽’에 막혀 천문학적 손실을 입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 터널 사태도 그랬다. 반대론자들이 말한 파괴는 거의 없었고, 아까운 세금만 축났을 뿐이다. 더욱이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제주 해군기지는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 정치 환경이 달라질 때마다 우왕좌왕한다면 어느 정부가 소신껏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한명숙 대표는 ‘해군기지는 재앙’이라고 선동할 게 아니라 왜 총리 시절 기지 건설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는지 시위대와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