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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마치 집권이라도 한 듯 오만한 민주당
민주통합당 공천 갈등의 한복판에 서 있던 임종석 사무총장이 결국 사퇴키로 했다. 당내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까지 ‘잘못된 공천’이라며 가세했으니 본인은 물론 한명숙 대표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당초 정치자금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임 총장의 공천을 밀어붙인 것 자체가 민주당의 오만이었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민주당은 분명 오만해졌다. 우선 철학도 원칙도 없는 공천이 그렇다. 임 총장뿐 아니라 비슷한 처지의 이부영 전 의원은 경선 대상에 들어 예선을 통과했고, 저축은행 불법 자금 수수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의원도 공천을 받았다. 게다가 이 당 저 당을 떠돌다 복당한 이용희 의원도 논란을 무릅쓰고 아들에게 무난히 지역구를 세습했다. 그나마 도덕성조차 찾기 어렵다. 국민과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는, 그야말로 오만이 뚝뚝 묻어나는 그들만의 공천이다.

이런 오만은 당 밖에서도 논란이 됐다. 엊그제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에 참석한 정동영 고문이 현지 해군 책임자에게 “정권이 바뀔 테니 책임을 묻겠다”고 위협한 것이 대표적 예다. 이 밖에도 ‘집권 가능성 99%’ 등 총선과 대선의 승리를 기정사실화하는 당 인사들의 발언과 행동이 연일 줄을 잇고 있다.

민심의 움직임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그래서 무섭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현 정부ㆍ여당의 실정과 소통부재로 민심의 대세는 민주당 쪽으로 기운 건 분명해 보였다. 그 추세라면 올해 총선과 대선은 보나 마나였다. 그러나 불과 서너 달 새 민심은 다시 요동치고 있다. 민주당 압승이 점쳐지던 서울과 수도권의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일부 지역에선 연일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고 아우성이다. 오만이 가져온 결과들이다.

선거는 운동경기와 같아서 상대의 실수가 득점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렇게 얻은 승리는 오래가지 못한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바람으로 민심을 잡은 열린우리당은 지금 흔적도 없고, 참여정부 실정의 반사이익을 챙겼던 한나라당도 같은 처지다. 민주당은 선동과 바람보다 정책과 미래 비전으로 국민 마음을 잡아야 한다. 민주당의 수권능력을 의심하는 국민들이 아직도 많음을 직시하라는 것이다. 더 겸손하고 진지한 자세로 다가서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누구보다 민주당이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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