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원색적으로 정치개혁을 강조했다. 경제는 발전했으나 부패, 분배 실패, 불신 등이 한계에 이르렀고, 정치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문화대혁명의 비극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당과 국가 영도체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까지 했다. 지난 14일 전국인민대표회의 직후 국영TV로 전국에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중국 총리가 문화대혁명, 공산당 영도체제 등을 직접 거론한 것 자체가 예삿일이 아니다.
원 총리의 이날 직설은 정치개혁과 민생으로 요약된다. 정치개혁은 과다한 권력의 중앙당 지도체제 개선, 검찰 및 사법부 독립, 민주선거제도 확산, 정부 재정 및 공직자 재산 공개 등이 핵심이다. 민생 역시 절박한 현안이다. 정치나 경제 양면에서 혜택을 받는 특수계층과는 달리 대다수 인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한계점에 이르렀다고 한다. 최근 광둥(廣東)성 우칸촌 농민시위에 공권력이 완전 굴복, 직접선거 등이 이뤄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치행사에서 민생이 잇따라 최대 화두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보시라이(薄熙來) 충칭(重慶)시 당서기가 정치적으로 전격 해임되는 등 내부 권력재정비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고, 이에 따라 다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중국의 대세가 정치개혁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개혁 지지층이 전체 인민의 93.3%나 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의 정치개혁이 서방식 민주주의를 표방하지는 않더라도 직접선거 등은 인민들이 점차 단련해 나갈 과제라는 원 총리의 말은 곰곰이 되새길 만하다. 이런 현상은 비단 중국만의 일이 아니다. 사회주의 이념의 종주국이 개방으로 부를 축적하고도 저토록 정치쇄신에 몸살을 앓고 있다면 이를 지켜보는 북한 권부의 반응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정치개혁은커녕 매년 100만t 이상의 식량이 모자랄 정도로 굶주린 이들이 사선을 넘나드는 상황이다. 이런데도 북한 새 권력자 김정은은 불순분자 색출과 숙청을 지시했다고 한다. 김관진 국방장관이 15일 젊은 지도자일수록 전쟁을 잘 일으키기에 올해가 안보상 매우 위험한 때라며 전군에 각별한 경계심을 일깨웠다. 올해를 강성대국 원년으로 삼고 연일 남쪽을 향해 온갖 험구를 쏟아내면서 군사 시위에만 혈안인 북한의 처지가 딱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