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복지정책 공약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확실한 것은 여야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공약의 부도 사태가 불 보듯 뻔하다는 사실이다. 곳간 사정도 살피지 않은 채 무조건 퍼주겠다고 약속만 내걸고 있는 탓이다. 새누리당의 ‘맞춤형 복지’나 민주통합당의 ‘보편적 복지’나 포장만 약간 다를 뿐 생색내기에서는 거의 마찬가지다. 추가 재원만 해도 줄잡아 70조~160조원에 이른다.
정부가 자녀 보육에서부터 노인들의 건강 문제까지 돌봐주고 일자리도 제공해 주겠다는 것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맨입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적잖은 돈이 들어가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돈을 마구 찍어낼 만한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국가 재정은 금방 거덜나고 말 것이다. 복지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국민들이 거리로 나앉게 되는 불행한 결과만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최근 구제금융 사태에 이른 그리스의 경우가 그것을 말해준다. 나아가 부작용도 감안해야 한다. 돈을 벌수록 세금만 늘어난다면 굳이 힘들여 돈을 더 벌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유럽 국가들의 사례처럼 세금을 피해 자꾸 외국으로 떠나가는 행렬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이처럼 머릿속 탁상공론으로 복지정책을 추진하다간 그나마 씨암탉마저 잡아먹고 빈 둥지만 남기기 십상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민주당 강봉균 의원의 얘기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는 공천에서 떨어진 끝에 정계 은퇴 선언을 하면서 “여야가 정권을 잡는 데만 혈안이 되어 국민경제의 안정을 위협하는 공약들을 남발하고 있지만 아무도 바른 소리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정경제부 장관, 한국개발연구원장(KDI) 등을 지냈으니 만큼 국가 재정이 돌아가는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현재 나라의 곳간 열쇠를 책임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례적으로 여당에 대해서도 “포퓰리즘에 입각한 과다한 복지는 근로의욕을 저하시키고 재정건전성을 훼손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현하지도 못할 공약을 내걸고 국민들을 현혹하는 처사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국가재정 형편을 무시한 채 제멋대로인 정치권의 복지정책 과다 경쟁은 무책임과 무례의 표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