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6일 돌연 미사일 발사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19일 현재 취소 의사가 전혀 없음을 밝혔다. 불과 16일 전 미국과 동시 발표했던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단’ 합의를 무참히 깨버렸음에도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관련국들이 잠시 우려를 표명하고 잠잠한 데 대한 반응을 계속 떠보는 눈치다.
북한은 이른바 살라미 전술로 일을 저질러 놓고 그 해결과정에서 짬짬이로 얻어낼 것을 얻어내는 선수들이다. 미사일 발사는 물론 핵실험이 그렇고, 2010년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건의 시치미와 적반하장도 그렇다. 그 이전 숱한 무력도발 사례 등은 일일이 거론할 필요도 없다. 더욱이 3대 세습 왕조를 굳혀가는 마당에 더 정교한 살라미 전술이 연구되고 있을 것이다.
이번 광명성 3호 발사 계획만 해도 의외성이 다분하다. 23만t이란 영양 공급을 약속받는 등 미국으로부터의 전폭적인 지원이 가능했던 북ㆍ미 합의를 일거에 깨버리고 새로 건설한 동창리 기지에서 처음 1, 2호 때와 달리 남쪽을 향해 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거기다 시기도 4월 12일에서 16일 사이라고 못박았다.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4월 15일을 경축하는 의미에다 김정은 3대 체제의 공고성을 과시하기 위한 다목적 용도란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배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동안 천안함, 연평도 포격 사건 등으로 받은 유엔 제재 때문에 고통이 적지 않았던 터에 이를 다소라도 해결할 기회를 단숨에 박차버린 게 단순히 새 체제의 과시와 경축 행사 까닭만은 아닐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 때문에 북한 내부, 특히 외무성 쪽과 군부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없지 않다. 북ㆍ미 합의로 힘을 얻은 외교 라인 쪽에 그동안 강세를 유지해온 군부가 견제구를 날렸다는 것이다. 이는 또 김정은 체제가 겉에서 보기보다 취약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우리로선 미사일 발사의 사전 방지가 최선이다. 미국과 중국에 대해 보다 능동적으로 북한이 쏘지 못하게끔 설득해야 한다. 특히 중국의 우려를 자극해야 한다. 이번 미사일은 우리 서해와 중국 황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 필리핀 해상까지 날아간다. 자칫 탄도가 빗나가면 중국 영해와 영토에까지 피해가 갈 수 있다. 북한 미사일이 한국과 일본, 최종적으로 미국을 향한다는 전제를 깨고 언제 중국을 향할지도 모른다는 가설에 중국 반응을 가세시키는 것이다. 우리 역시 북한과의 비선 라인을 복구, 동향 탐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좌파정권 10년 동안 무너진 대북 라인을 복구할 최선의 명분과 기회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일방적이라는 데 힘이 빠진다. 궁극적으로는 기다려야 한다는 프랑스 석학 기 소르망의 말이 설득력을 가진다. 북한의 내부 변화, 이를 촉발할 중국의 변화를 촉구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베를린 장벽과 러시아의 페레스트로이카도 내부 변화로 어느 날 갑자기 왔다. 다만 그때까지 우리 국방력과 경제력을 키워 북한 미사일과 핵에 대비할 태세는 완벽히 갖춰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