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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패트릭 망지> 늙어가는 호랑이 돌보기
한국 고령화 급격히 진행
주가수익비율 하락 초래
이민 문호 개방 등 조치땐
주식 수요 늘고 성장 지속


통계청의 2010년 12월 자료를 보면, 한국 인구는 2030년 52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60년에는 4400만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출산율은 최저수준인 2005년 1.08에서 2010년 1.23으로 개선됐지만 인구대체수준인 2.1에 크게 못 미치며 세계적으로도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는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다. 현재 초고령 국가인 일본의 중위연령이 43세인 데 비해 한국은 현재 37세에서 2050년에는 57세가 될 전망이라고 한다. 경제적으로 중요한 35~54세의 중장년층 비중도 2010년에 이미 정점을 찍었다.

국가에 중장년층 인구가 더디게 증가하거나, 혹은 줄어들 경우에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의료비용 등 노인층을 위한 사회복지 비용을 추가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동시에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때론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한국 같은 단일민족 국가에는 낯선, 외국인에 대한 이민 문호 개방도 포함될 수 있다. 육아와 교육에 대한 국가 지원의 증대, 그리고 무엇보다 지나치게 비싼 사교육에 대한 개혁도 필요하다. 사회복지 측면에서는 노인빈곤층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저축 및 퇴직연령 상향을 장려하고, 연금을 분할 지급받을 경우 인센티브 부여와 같은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이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높은 인구증가율ㆍ노동생산성이 장기 경제성장의 근간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반면 고령화는 상대적으로 혁신성과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궁극적으로 저성장을 초래한다.

중장년층 인구 증가율의 둔화 내지 감소가 시장 주가수익비율(P/E)의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연구도 있다. 생애주기가설(Lifecycle hypothesis)에 따르면, 청년층 인구가 중년층이 되는 과정에서 소득ㆍ소비ㆍ저축ㆍ투자는 증가하다가, 퇴직연령에 도달하면 저축한 자산을 쓰게 된다. 이 논리대로면 고위험-고수익 자산에 대한 수요가 낮아지는 고령화사회에서는 주식투자에 대한 수요가 위축되고 주가 또한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인 상황을 상쇄할 수 있는 요인도 많다.

첫째,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자산배분이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퇴직연령을 높이면 소득 기간도 증가해 주식 등 위험 자산을 보유하는 기간이 길어질 것이다.

둘째, 이민 문호 개방은 한국의 인구 구조를 개선시킬 수 있다. 또 금융시장이 글로벌화된다면 국내 자산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의 영향력이다. 국민연금은 ‘작은 연못 안에 있는 고래’다. 2월말 현재 360조원의 연금자산은 2015년까지 500조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증시 시가총액 1000조원 대비 꽤 높은 수치다. 결국 국내 시장의 규모 및 분산투자 제약으로 국민연금은 외국 투자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요컨대, 한국 주식에 대한 수요는 향후 몇 년간 유지될 것이다. 따라서 만일 정책당국에서 필요한 추가 조치를 취해 늙어가는 호랑이가 크게 포효할 수 있다면, 한국 주식에 대한 수요는 늘고 경제 역시 보다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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