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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단절돼야 할 삼성의 폐쇄적 조직문화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잇단 부적절한 처신이 실망스럽다. 특히 삼성전자는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최고의 기업이다. 그런 회사가 휴대전화 가격을 몇십만원씩 부풀려 공급했다가 대폭 할인해주는 것처럼 고객들을 현혹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았다. 그것만 해도 삼성답지 못한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 지난해 3월 이를 조사하러 수원사업장을 방문한 공정위 직원의 출입을 의도적으로 막고, 그 사이 조사 대상 컴퓨터를 바꿔치기 했다. 게다가 컴퓨터를 교체한 직원의 사무실 출입기록을 삭제하고 임원들은 거짓말로 조사요원들을 따돌렸다. 국민들은 망연자실할 뿐이다. 공정위는 조사 방해 혐의로 4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지만 삼성은 값으로 헤아릴 수 없는 추한 이미지와 실망감을 남겼다.

삼성그룹이 당국의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2005년과 2008년에도 유사한 일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지난 1998년부터 공정위가 조사 방해 혐의로 과태료를 부과한 15건 가운데 5건이 삼성그룹 계열사들이다. 올 들어서도 일부 계열사의 담합행위가 적발됐다. 법을 얼마나 가벼이 여기는지 오만함이 가득 묻어난다.

삼성그룹은 제품뿐 아니라 도덕성과 기업의 사회적 책무에 대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삼성은 스스로에게 더욱 엄격해야 할 것이다. 결국 삼성의 최대 경쟁자는 애플도, 노키아도 아닌 삼성 자신이다. 지금의 성과와 현실에 안주하고 점차 외부의 변화에 둔감한 비대한 공룡으로 변해간다면 삼성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는 깜깜해질 것이다. 지난해 이건희 회장이 “삼성 전반에 부패가 만연해 있다”며 뇌물 등 부정행위 엄단과 내부 개혁을 강조한 것은 이런 맥락들이다.

삼성이 뻔히 위법인 줄 알면서도 공정위 조사를 방해한 것은 미약한 처벌 때문이다. 과태료를 내더라도 불리한 자료를 내놓지 않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공정위가 징역형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지만 법 적용을 더욱 엄격히 해야 한다. 하지만 이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기업의 도덕성 회복이다. 삼성은 이번 일을 폐쇄적 조직문화를 단절하는 통렬한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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