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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여론조사 조작, 이정희 대표 책임 맞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 측이 민주통합당 후보인 김희철 의원과의 야권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여론조사 응답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후보 캠프 실무자들이 당원들에게 나이를 속여 응답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내용이다. 그중 일부가 물증이 돼 인터넷을 타고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갈수록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20, 30대 젊은 층 지지율을 끌어올리려고 무리수를 둔 것이 화근이 된 모양이다. 수백 통의 조작 지시 문자메시지를 보내고도 세상은 까맣게 모를 줄 알았겠지만 그들이 유독 즐겨 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문화는 이를 용납하지 않았던 것이다.

문자메시지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고 조작의 의지가 강해 보인다는 것이 우선 문제다. 지지자들에게 전화가 오면 자기 나이와 다르게 답을 하라는 것인데, 특정연령대에 대한 ARS 조사가 끝났는지를 어떻게 알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미리 틀을 짜놓은 경선이 아니었느냐는 의구심을 받을 만하다. 추측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지 실제로 조사 상황을 알고 대응한 것은 아니라는 해명은 발뺌일 뿐이다. 실제 나이와 상관없이 ‘50대’ 또는 ‘20대’로 답하면서 여론조사에 응하라는 내용이 너무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사과하고 경선에 영향을 미쳤다면 재경선을 하겠다고 했지만 그 정도로 덮을 사안이 아니다. 또 관련자 문책을 언급했으나 한두 명의 실무자가 손 놓는 것으로 넘어가려는 것도 우습다. 왜곡된 사실은 이미 사실이 아닐뿐더러 진실과는 더 거리가 멀다. ‘서울 관악을 이정희 야권연대 단일후보’의 실체는 이런 왜곡을 바탕으로 생성된 것이기에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전국 70여곳의 지역구에서 똑같은 여론조사 단일화 경선이 있었다. 얼마나 더 이런 행위가 있었는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구태정치 척결을 소리쳐 외친 이들이 구태보다 더한 추태를 일삼는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되 얼마 전 민주당의 예비경선 과정에서 빚어진 유권자 대리모집, 지지자 차떼기 동원 등 숱한 사실 왜곡에 입 다물었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응분의 책임론’을 들고 나섰다. 상대인 김 의원은 후보 사퇴를 강력 요구했다. 분명한 것은 이번 일이 정치적 연대 당사자나 해당 지역구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라는 점이다. 철저하게 사실을 가리되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는 것이 유권자에 대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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