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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형곤> 중국이 무섭다, 아니 두렵다
글로벌 패권화 기세 맹렬
오랫동안 각 분야 개혁 준비
금융위기에도 고속성장
경제력·자원이 외교력 뒷받침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위안화의 기축통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 18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국경제포럼에서다. 물론 여러 전제를 달았지만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의 이번 발언은 국제기구 수장이 중국의 자국 통화에 대한 야심을 가장 직접적으로 ‘승인’한 말이라고 볼 수 있다. ‘문화대혁명’이 중국 내에서 금기시되던 단어라면,위안화의 기축통화는 서방국가에서 입에 올리기 껄끄러운 용어였다.

글로벌 패권화를 향한 중국의 기세가 갈수록 거세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서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가히 ‘중국의,중국에 의한,중국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글로벌 패권화가 매우 서서히,그리고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개혁ㆍ개방의 문을 열어왔지만 단 한 번도 활짝 열어젖힌 적이 없다. 늘 단계적으로,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만 열어왔다. 마치 발견된 지 꽤 오래된 진시황릉의 내부 발굴을 하지 않는 것과도 같다.

중국의 단계적 개방은 지금에 와서 보면 매우 적확한 선택이었다. 자본이 필요했던 1980년대와 1990년대는 업종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였지만 기술이 필요해진 2000년대 들어서는 외국 기업을 선별했다. 이제는 거꾸로 세계 인수ㆍ합병(M&A) 시장을 주무르는 가장 큰손이 됐다.

학습의 노하우를 마침내 중국 경제의 대들보인 국영기업 개혁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차기 총리로 확실시되는 리커창(李克强) 부총리가 ‘2030 차이나’ 보고서에서 국유기업 개혁을 거론한 것은 그래서 주목된다.

마치 모든 것에 있어 복잡한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는 듯하다. 이 같은 중국의 경제정책은 미국과 유럽이 금융, 재정위기로 허덕이는 와중에도 8%대 이상의 고속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잘나가던 브릭스(BRICS) 중 브라질과 인도 경제가 최근 바닥을 기는 것과도 대비된다.

개방은 하되 경제 주권을 지켜온 중국이 요즘 달러 중심의 세계경제 체제를 재편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키운다. 특히 지난 2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서구식 자본주의 모델에 대한 반성과 함께 그 대안으로 중국식 국가자본주의가 주목받았다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탄탄한 경제력과 자원은 외교력을 받쳐준다. 서방이 중국의 인권과 티베트 문제를 걸고 나오지만 정작 경제 현안과 마주치면 이 같은 문제는 쏙 들어간다. 동중국해 일부 섬들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 간의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이 우위를 점하게 한 무기는 다름 아닌 희토류였다. 비근한 예는 또 있다. 올 들어 유럽연합(EU)이 자국행 항공기에 탄소세 부과 방침을 고집하자 중국은 유럽 항공기 주문을 취소하면서 압박했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의 실각을 계기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중국 공산당지도체제 역시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하다. 직접선거에 의한 선출직이 아닌데도 지도력을 인정받는다. 그 자리에 올라서기까지의 혹독한 단련,올라선 이후 지도부가 보여준 일관된 정책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에서도 불고 있는 중국어 배우기 열풍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중국의 문화 역시 전 세계 곳곳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최근 중국은 각 분야의 개혁을 외친다. 하지만 그 준비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뤄져온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중국이 무섭다. 

kimh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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