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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판검사는 경찰 조사 받지 않아도 되나
기소청탁 의혹 수사와 관련, 법조인들의 법 질서 경시가 도를 넘고 있다. 새누리당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 김재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또 경찰에 불출석한 것이다. 기소 청탁을 받았다는 박은정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 역시 뚜렷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판사 출신의 나 전 의원도 21일 불출석 사유서나 연기 요청서 제출 없이 경찰 출석 요청을 깔아뭉갰다. 이들의 모습에는 판검사가 어떻게 경찰 조사를 받을 수 있냐는 오만함이 가득 묻어난다.

수사기관의 적법한 출석 요구와 법 절차 집행을 이유 없이 거부하는 것은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게 적용돼야 한다. 물론 판사와 검사 등도 예외일 수는 없다. 오히려 이들은 법의 정신과 절차를 더욱 존중하고 준수하는 모범을 보여야 할 위치에 있다.

나 전 의원과 김 판사 등은 국민과 정치권의 관심이 온통 총선에 쏠려 있어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판사가 검사에게 기소를 요청한 것은 국가의 법 질서 근간을 흔드는 중대 사안이다. 검사의 기소독점권에 외부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일이다. 더욱이 검사는 판사의 기소 청탁을 들어주고, 판사는 판결로 보상해 준다는 ‘상상할 수 없는 뒷거래’도 얼마든지 상정할 수 있다.

그러나 기소 청탁을 주고받았다는 김 판사와 박 검사의 주장이 서로 다르다. 김 판사는 전화한 것은 맞지만 기소 청탁을 한 적은 없다는 주장이고, 박 검사는 이를 청탁으로 여겼고 후임 검사에게 인계까지 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엄정한 조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대질신문도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이들은 조사기관인 경찰을 무시하며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사법부와 검찰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여기에 판사의 기소청탁 의혹에 판검사가 법 질서를 경시하는 모습까지 지켜보는 국민들은 실망감을 넘어 참담한 심정이다. 경찰은 이들에게 다시 출석요구서를 보내고 또 불응하면 피고소인 신분인 김 판사의 경우 체포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한다. 강제구인의 망신을 당하기 전에 국민의 자존심과 법 질서 정립을 위해 김 판사 등은 성실히 조사에 응하기 바란다. 그리고 그 결과에 상응하는 책임을 당당히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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