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경쟁적으로 복지정책을 쏟아내면서 모든 계층을 끌어안는 보편적 복지냐, 가난한 사람 우선인 선별적 복지냐에 대한 논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이런 때 정치권이 머쓱해할 만한 국민의식 조사가 눈길을 끈다. 서울대 사회복지정책연구소가 21일 발표한 ‘사회정책 욕구 및 인식 조사’ 결과 우리 국민은 뜻밖에도 보편적 복지에서 선별적 복지로 기운 것으로 나타났다. 선별적 복지에 대한 찬반 비율이 2008년에는 32.8% 대 38.3%로 반대가 더 높았으나 올해엔 45.9% 대 28.4%로 찬성이 훨씬 우세했다. 정치권, 특히 진보 진영의 복지 레퍼토리와 상반된다.
또 의료서비스 민영화에 대해선 반대가 찬성보다 3배나 높아 의료서비스만큼은 시장원리 도입보다 공공성 강화를 원하는 반면, 대학까지 무상교육에 대해서는 2년 사이 찬성보다 반대가 높아지는 역전현상을 보인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소득격차에 대해서는 10명 중 9명이 그렇다고 했고, 7명이 그 책임은 정부에 있으나 정치권이 공동으로 해소해야 할 과제라고 답했다. 고소득층의 세금 부담이 낮다면서도 세금을 더 낼 용의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식이 퍼주기식 복지의 폐단을 직시할 정도로 성숙됐음이 읽힌다. 국민건강에는 정부의 책무가 커도 대학교육까지 공짜로 하기보다 그 재원을 대신 긴요한 복지에 쓰는 것이 더 낫다는 합리성도 엿보인다. 복지 확대는 원하지만 세금엔 인색한 이중성은, 정치권의 공짜 서비스 공세에 현혹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유럽 재정위기 등을 통해 ‘복지는 곧 세금’이라는 학습효과가 컸음을 알 수 있다. 스웨덴이 ‘복지천국 간판’을 내린 이유도 과다복지로 인한 실업률 상승, 공공 부문 과비대 등 부작용이 워낙 컸기 때문이란 것은 어느새 ‘국민 상식’이 된 셈이다.
향후 5년간 새누리당은 90조원, 민주통합당은 165조원의 복지지출을 공약했다. 그러나 재원조달 방안이 너무 허술한 데다 지금까지 복지공약은 줄잡아 200조~300조원대를 넘는다. 올해 복지예산 90조원을 효율적으로 잘 배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세금을 더 걷거나 나라 빚을 크게 늘리는 것은 답이 아니란 것을 국민들은 이미 알고 있다. 퍼주기 복지는 표라면 사족을 못 쓰는 정치권 그들만의 궁상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