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폐해가 심각하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안철수 룸살롱’ 파문은 그 충격적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엊그제 네이버에는 여야 유력 대선후보의 이름과 룸살롱, 콘돔 등 민망하고 자극적인 단어를 조합한 키워드가 검색어 순위 상단을 싹쓸이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어떤 조합이든 당사자 명예와 이미지는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밑도 끝도 없는 말들이 인터넷 공간을 휘저어 유권자 판단을 흐리게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번 소동은 네이버의 허술한 검색어 관리 시스템과 누리꾼의 호기심,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합세, 일파만파 확산됐다. 당초 발단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과거 룸살롱을 출입했다는 한 월간지의 보도였다. 이후 ‘안철수 룸살롱’이 인기 검색어로 부상하자 한 주간지 기자가 “인증절차 없이 검색이 가능한 것은 안 원장을 흠집 내려는 것”이라며 음모론을 흘렸다. 그러자 그 반대편에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 대한 누리꾼 공세로 인터넷 공간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일과성 해프닝이라지만 이런 일이 선거 직전 또는 당일 벌어지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실제 그럴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특정 후보를 음해하는 인신공격성 키워드를 조직적으로 검색 순위에 올리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게 이번에 증명되지 않았는가. 더욱이 ‘인기 검색어’가 실제 네티즌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도 아니다. 자체 알고리즘에 의해 순위를 정한 말 그대로 ‘인기 검색어’일 뿐이라고 한다. 일정 부분 조작도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포털사이트는 이제 웬만한 매체를 압도하는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 수준이 지상파 방송에 버금간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렇다면 포털사이트도 언론 미디어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더 느껴야 한다. 알 권리 제공이 객관성과 정치적 중립성 유지보다 우선순위가 될 수는 없다. 특히 청소년들의 정서를 해치는 유해한 용어는 철저한 성인 인증과 자동 차단 장치가 작동하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이번 소동과 상관없이 안 원장은 룸살롱 보도에 대해 확실히 해명해야 한다. 그가 먼저 한 방송에 출연해 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은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다는 듯 말을 했기 때문이다. 신뢰할 수 없는 보도는 대꾸할 이유가 없다며 회피할 일이 아니다. 화장하지 않은 맨 얼굴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