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삼성 둘러싼 법정공방 등
세계 각국 ‘한국 때리기’ 가시화
통상외교 강화로 마찰 미연방지
민·관·기업 뭉쳐 위기 극복을…
1929년 ‘대공황’은 자본주의의 역사를 바꾼 사건이었다. 1932년까지 주가는 거의 10분의 1이 됐고 국민소득은 30% 정도 하락했다. 실업률은 25%까지 치솟으면서 공황이 현실화됐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에 대한 대응은 시원치 않았다. 그중에서도 후세에 가장 비판의 대상이 된 것 중 하나가 각국이 관세를 올리고 환율을 조정하며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겠다는 정책을 추진한 것이다. 물론 이는 얼마 가지 않아 한계에 부딪쳤다.
두 나라만 놓고 보자. A 국의 수출은 B 국의 수입이고 A 국의 수입은 B 국의 수출이다. A 국의 수출이 늘고 수입이 줄어서 흑자를 낸다는 얘기는 반대로 B 국의 경우 수입이 늘고 수출이 줄어서 적자가 난다는 얘기가 된다. 흑자를 내는 A 국은 살아남지만 적자를 내는 B 국의 상황은 어려워지면서 소득이 줄고 결국 수입을 줄일 수밖에 없다. B국이 수입을 줄이면 결국 A 국 수출이 줄면서 잠시 잘 나가던 A 국은 B 국과 함께 동반 추락을 하게 된다. 혼자만 살겠다는 ‘근린 궁핍화 정책’(beggar-thy-neighbor policy)의 결말은 이처럼 허무하다. ‘혼자 살겠다’고 하다가 ‘너죽고 나죽자’로 귀결되는 것이다.
대공황 이후 이처럼 환율전쟁과 관세전쟁을 포함한 보호무역전쟁을 벌이던 국가들은 결국 2차대전이라는 진짜 전쟁을 치르게 돼 버렸고 그 뒤로는 이러한 움직임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상당 부분 힘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어려워지기만 하면 보호주의의 망령은 어김없이 튀어나온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위기를 가장 잘 극복한 국가로 꼽히는 우리나라에 대해 세계적으로 가히 ‘한국 때리기’(Korea bashing) 라 할 만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애플과 삼성 간 1조원짜리 소송을 둘러싼 미국 법원의 평결만 보더라도 상당 부분 보호무역적 마인드가 표출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미국 버지니아 법원은 지난해 9월 자국기업 듀폰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혐의로 코오롱에 대해 첨단 섬유제품인 아라미드 판매를 20년간 금지하면서 약 1조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했다. 또한 미국 무역위원회는 한국산 냉장고에 대해 최고 82%의 예비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고 프랑스 정부도 유럽연합(EU)에 우리 자동차에 대한 수입 규제를 요청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주요 신흥국들마저 한국제품을 견제하고 나섰다. 이들 국가에서는 ‘바이 내셔널(Buy National)’ 즉 ‘자국상품 우선 구매 운동’의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고 그 대상도 섬유ㆍ제약ㆍ통신ㆍ중공업 등의 최첨단 장비까지 확장되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지난 7월 초에 한국제품에 대한 무역구제 조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인도는 한국제품에 대해 24건, 중국제품에 대해서는 18건의 수입규제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좀 더 일치되고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나서야 한다. 통상외교를 강화하면서 불필요한 마찰을 미리 방지해야 한다. 그리고 당사자인 기업은 물론 소비자 내지 국민들의 조화로운 대응도 필요하다. 국민들이 모두 통상외교관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각종 민간 외교채널을 통해 이러한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을 억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 농산물 살리기 운동을 벌이듯 우리 기업 살리기를 외쳐야 할 상황이 도래했다.
한때 기업은행에는 ‘기업인천하지대본(企業人天下之大本)’이라는 구호가 걸려 있던 적이 있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우리 기업이 최고라는 얘기다. 일단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도 보전이 된다. 정부와 기업과 국민들이 똘똘 뭉쳐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소비자 보호, 동반성장과 함께 우리 기업들이 보호무역주의의 가파른 파고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