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앞질렀다는 낭보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6일 우리의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한 단계 높였다. 이로써 한국의 신용등급은 15년 만에 ‘IMF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AA-는 피치가 부여하는 21개 등급 중 4위권으로, 일본ㆍ중국보다 한 단계 위이고 G20 선진국 그룹에선 7위에 해당한다.
더구나 피치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은 지난달 27일 무디스가 우리의 신용등급을 A1에서 선진국 클럽 가입을 의미하는 ‘더블A’인 Aa3를 부여한 뒤여서 더욱 값진 선물인 셈이다. 두 평가사 등급이 같은 수준이란 점은 우리나라의 신용이 균형 있게 고루 호의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는 증거다. 무디스의 판단이 성급했다는 일부 지적도 무색하게 됐다.
피치는 등급을 올린 이유로 유럽 재정위기 등 불안한 대외 여건에도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꿋꿋하다는 점을 우선 꼽았다. 이런 기조가 유지되고 국가채무까지 감해진다면 추가 등급 상향조정도 무리가 없는 것이다. 지난번 무디스가 건전재정과 기업이 선도하는 대외경쟁력 등을 높이 평가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낙관 일변도는 아니다. 가계 및 중소기업 부채가 과중하고 이 부담을 안고 있는 금융 부문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 등 불가측성 역시 요주의 항목에 올랐다.
상황이 녹록지 않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세계 전역이 몸살을 앓으면서 우리 앞에 곧 일본식 L자형 장기침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피치 지적대로 주의할 사항을 염두에 두고 신중을 기해야 한다. 물가ㆍ유가 등 악재를 감안하면 금리인하나 추경 등의 경기부양 카드를 섣불리 꺼낼 수도 없는 형편이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무분별한 복지공약에 대해 옥석을 엄격히 가리는 것이 시급하다.
경제 3위국 일본이 산 교훈이다. 1990년대 후반까지 최고 신용등급인 트리플A(AAA)를 유지했던 일본은 10년에서 20년으로 장기불황에 빠져들면서 A+로 무려 4단계나 주저앉았다. 글로벌 경기침체 앞에 3대 거대시장인 유럽 미국 중국이 맥을 못 추면서 수출 부진이 현실화하고 또 내수침체로 전이되는 상황이다. 높은 대외의존도를 감안하면 위기일수록 기업에 힘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래야 성장동력을 회복하고 지속할 수 있게 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엊그제 국가경쟁력의 3대 걸림돌로 지목한 정치, 정부, 노동 부문의 각성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