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9일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이 트로피를 안고 아리랑 노래를 부르자 장내는 일순 숙연해졌다. 김 감독은 “아리랑은 일종의 씻김굿이었다”고 시상식 후 밝혔다. 김기덕은 스스로의 삶을 아리랑에 빗대왔다. 2008년 영화 ‘비몽’을 찍다 불의의 사고로 쇼크에 빠진 그는 칩거에 들어간다. 산골 오두막에 텐트 치고 전기밥통, 개밥그릇 같은 것 하나, 직접 만든 에스프레소 커피머신 속에서 그는 자신의 그림자를 내세워 삶과 영화에 대해 자문자답한다. 자전 다큐멘터리 영화 ‘아리랑’은 마음속에 들끓는 얘기들을 털어놓은 자기 치유행위였다. 영화 속에서 그는 갈라터진 발뒤꿈치처럼 신산한 삶을 소주 한 잔에 털어놓으며 아리랑을 한바탕 불러 젖힌다. 그리곤 “아리랑 노래를 부르면 전부 다 이해가 된다”며 큰 숨을 내쉰다.
그는 이 영화 속에서 한국 영화가 못 이룬 세계영화상의 꿈도 자신이 타고 싶다는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그러길 1년 후 그는 멋지게 한국 영화 100년의 숙원을 풀었고 시상 무대에서 아리랑을 불렀다. 그는 준비된 연기자였다.
한국 문화를 접한 외국인들이 놀라는 것 중의 하나가 아리랑이다. 유별난 아리랑 사랑과 다양성에 의아해한다. K-팝, 한류 붐을 타고 아리랑도 지구촌 곳곳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문화재청이 지난달 아리랑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을 했다. 중국은 지난해 6월 아리랑을 자국의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유네스코에 등재를 신청해 놓은 상태이다. 황금사자상을 든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이 주권선언의 계산까지 넣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