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새 후보가 각각 ‘위촉오(魏蜀吳)’ 삼국을 떠올리게 하는 ‘대선 삼국지’가 한창이다. 19일 안 후보가 대선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이제 삼국 모두가 천하패권에의 도전을 공식선언 한 셈이 됐다. 그런데 광화문에서는 삼국간 승패보다는 청와대의 내곡동 특검법안 수용여부라는 ‘동네 싸움’에 이목이 더 쏠려 있다.
이런 와중에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 등이 18일 내곡동 특검법 수정법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논란이 된 민주당의 특검 추천권을 대한변호사협회로 바꾼 게 내용이다. 언뜻 그럴듯하지만, 생각해보면 앞뒤가 좀 맞지 않다.
민주당에 특검 추천권을 준 원래 법안은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통과됐고, 아직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벌써부터 수정안을 발의한 것은 대통령이 아직 ‘받은 공’을 차지도 않았는데, 먼저 ‘골라인 아웃’을 선언한 셈이다.
특검법안의 위헌 가능성은 이미 충분히 제기됐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쉽게 결정을 못내리고 극히 신중한 이유는, 특검의 ‘수사대상’이 특검임명 과정을 문제삼는 게 과연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잘못된 법률은 헌법재판소에서 바로잡을 수도 있지만, 훼손된 도덕성은 좀처럼 회복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남은 5개월여의 임기동안 청와대가 ‘자칫 뇌사(腦死)’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조 의원 수정안의 또다른 문제는 국회의원으로서 국회에서 의결된 법안을 존중하지 못한 데 있다. 설령 조 의원이 지난 특검법안 표결에서 반대나 기권표를 던졌더라도, 일단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을 국회의원으로서 존중하는 게 당연하다. 정부가 재의를 요구하고, 국회에서 재의 결과 부결된다면 그 때 수정법안을 내놔도 늦지 않다.
조 의원은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비서관을 거쳐 후보시절엔 공보특보, 당선자 때에는 부대변인 등을 거쳤다. 법리적인 문제와 별개로 대통령과 ‘가까운’ 그의 경력 때문에 이번 수정법안의 순수성이 의심받을 수도 있다. 조 의원이 사기(史記)에서 경계한 ‘지자천여 필유일실(知者千慮 必有一失, 지자는 많이 생각하더라도 한가지는 놓칠 수 있다)’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지 두고 볼 일이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