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승차제도를 특정 기간에 한시적으로 적용해 정부가 지원하고, 그 이후에는 노인들의 소득수준에 따라 차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최근 지하철 역사 내에 대자보가 붙었다. ‘지하철 적자가 늘면 시민 부담도 늘어납니다’라는 제목이다. 내용인즉슨 서울지하철의 무임수송 비용이 연 2315억원에 달해 지하철 재정적자의 절반을 차지하며, 민간기업인 신분당선과 공항철도에도 지원하는 무임수송 손실비용을 서울지하철에는 지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무임수송으로 인해 시민 부담이 커지므로 정부가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인 복지의 상징인 지하철 무임수송 제도가 이렇게 논란거리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요인은 지하철 운영과 안전 서비스 개선에 따르는 막대한 투자비를 현재의 요금 수준이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해 초 5년 만에 150원이 인상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지하철 요금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구매력과 국내총생산(GDP)을 반영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개 국가 중 두 번째로 저렴하다.
하지만 최근 한국 사회가 고령화사회에 진입하면서 무임승차제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무임승차제도의 혜택을 받는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이 2010년 11%에서 2025년에는 25%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수준이라면 지하철 운영적자는 매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필자는 현재와 같은 형태의 무임승차제도를 특정 기간에 한시적으로 적용해 정부가 지원하고, 그 이후에는 노인들의 소득수준에 따라 차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그 이유는 현재의 노인들과 미래의 노인들 간의 사회경제적 배경은 상당한 차이를 보일 것이란 점에 기인한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사회경제적 배경은 미래의 노인인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동질적이며 그들의 삶의 형편이 전반적으로 매우 취약하다. 즉, 현재 노인인구의 대부분은 자신의 노후를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지지 않았고 또 실업상태에 있으므로 소득이 일반인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미래의 노인들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노후준비 정도에 따라 노인들 간에도 상당히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보이게 될 것이다. 따라서 더 이상 모든 노인들을 동질적인 인구집단으로 간주하여 동일한 형태의 노인복지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으며, 전면적인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제도도 이러한 맥락에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노인 무임승차에 대한 한시적 정부 지원정책은 현 정치권의 정치적 부담을 완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동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정하려는 분위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교통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인식이 대두되고 있는 이유는 고도의 이동성을 전제로 조성된 현대사회에서 이동의 제약은 단순히 이동 그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국민과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의 기본권으로서의 이동권에 대안 인식이 노인 지하철요금제도의 개선을 계기로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