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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영토분쟁
유럽은 20세기 전반기를 ‘전쟁의 시대’로 몰아넣은 1,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곳이다.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가장 앞선 경제를 구가하고 있었지만, 식민지를 둘러싼 갈등과 각국의 경제난을 대외 침략을 통해 해결하려는 움직임,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의 발호 등이 전쟁의 참화를 가져왔다. 특히 1930년대 대공황을 지나면서 독일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된 국수주의가 파시즘 체제를 낳으면서 1차 세계대전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인 20여년 만에 유럽을 총력전의 소용돌이에 빠뜨렸다.

이런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유럽연합(EU)이다. 1945년 영국의 처칠 수상이 ‘유럽합중국’이라는 원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1951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가 탄생하면서 첫발을 띠었다. 이후 숱한 위기가 있었지만, 협력의 범위를 점차 넓혀 50년만인 2002년 유럽 단일통화를 출범시켰고, 이제 정치통합 절차를 밟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제 국경선이 큰 의미가 없다. 상품과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사람들도 좋은 일자리를 찾아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경제위기로 유럽연합의 미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유럽 통합은 위대한 진보가 아닐 수 없다.

아시아에선 일본과 중국, 한국이 곳곳에서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다. 장기불황에 찌든 일본에서는 국수주의가 고개를 들고, 정치권은 내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이를 이용하고 있다. 패권을 노리는 중국은 무력동원도 불사할 태세다. 전운마저 감도는 것이 100년 전 각국이 으르렁거렸던 유럽을 연상시킨다. 거꾸로 돌아가는 아시아 시계가 언제 앞으로 나갈지 안타까울 뿐이다.

이해준 문화부장/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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