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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윤재섭> 성매매금지법 공론화 금기시 할 일 아니다
중세 유럽의 정신을 지배했던 신학자들의 주장처럼 어쩌면 매춘이 불완전한 현실세계에서 기혼자의 아내와 딸을 보호하고 더 나쁜 악을 예방하기 위한 ‘필요악’일 수도 있다


세상엔 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다. 그중 하나가 성매매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을 제정해 매춘을 법으로 금지하고 성을 사고 판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지만 줄어들 기색이 없다.

경찰청에 따르면 성매매특별법 위반으로 검거된 성매매사범은 2003년 1만2739명에서 2004년 1만6947명, 2005년 1만8508명, 2006년 3만4795명, 2007년 3만9236명, 2008년 5만1575명 등으로 계속 증가했다. 2009년에는 무려 7만3000여명으로 치솟기도 했다.

실제 사창가는 사라졌지만 성매매가 없어진 건 아니다. 오피스텔 걸에 의한 신종 매춘이 창궐하고, 출장마사지사가 집 안방을 드나들며 성을 팔고 있다는 보고는 이미 구문이다. 키스방, 이미지(제복 등을 입은)클럽, 귀청소방, 립카페 등 듣도 보도 못한 변종 성매매업소가 점차 대도심 골목상권을 파고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찰의 허술한 단속과 감시 체계를 꾸짖는 목소리가 거세다. 단속인력을 배 이상 확충하고, 성매매사범에 대해 더욱 강력히 처벌하라는 요구도 나온다. 하지만 경찰 등 사법당국만 탓할 일은 아니다. 한정된 단속인력으로 매춘시장을 뿌리 뽑기는 어렵다. (매춘)수요가 있는 한, 법망의 틈을 노린 시장의 공략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으로 일각에서는 보다 현실적인 대안 모색을 주문하고 있다. 통제 가능한 집창촌의 개설을 허용하는 방안이다. 수천년 역사의 매춘을 근절할 수는 없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마광수 연세대 국문학과 교수는 “사회에는 하수구가 필요하다. 집창촌은 사회의 하수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최근 통계를 보면 독일, 네덜란드 등 성매매를 불법화하지 않는 나라들의 성범죄율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다”면서 잇단 흉악 성범죄도 성매매 허용으로 일정 부분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마 교수의 발언은 매춘이 공공선을 함축하고 있다는 이유로 매춘에 대해 관용을 베풀 것을 요구한 13세기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의 주장과 많이 닮아 있다. 아퀴나스의 입장을 계승한 설교가 톨로메오 다 루카와는 판박이다. 그는 “창녀와 사회의 관계는 궁정과 하수구의 관계와 같다”며 ‘하수구론’을 설파했던 인물이다.

성매매를 허용해야 한다는 얘기는 사실 금기와 같다. 여성인권단체들이 여성의 인권문제를 다루는 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춘을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적 착취라고 보는 여성단체로서는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주장이기도 하다. 때문에 묻혀 있다. 공론화될 수 없었다. 발설하는 즉시 사회적 왕따를 자초하는 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제 성매매 문제는 새롭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 공론화가 필요하다. 성을 팔아 생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성매매 여성들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중세 유럽의 정신을 지배했던 대(大)신학자들의 주장처럼 어쩌면 매춘이 불완전한 현실세계에서 기혼자의 아내와 딸을 보호하고 더 나쁜 악을 예방하기 위한 ‘필요악’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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