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부실로 부도 직전에 이른 기업주가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경우 다시 경영권을 주는 현행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잘못한 이에게 벌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각종 채무를 면제, 상을 주는 꼴이기 때문이다. 명분은 기업을 잘 아는 사람이 계속 맡는 게 좋다는 미국의 관리인유지제도를 근간으로 한 통합도산법 취지에 따른 것이지만 기업인 모럴 해저드 현상을 불가피하게 유도시킨다.
지난달 26일 웅진홀딩스 윤석금 회장은 법정관리 신청과 더불어 같은 날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어려운 때 책임도 덜 지고 골치도 덜 썩이는 자리에 물러났다가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졌을 때 제3자가 들어서는 것을 예방하는 경영권 유지의 술수라고밖에 보기 어렵다. 더욱이 신청 전날 계열사에 빌렸던 빚 530억원을 만기 이틀 전에 갚아버린 것은 도덕성 훼손의 전형이나 다름없다.
경영권 유지를 가능케 한 통합도산법이 만들어진 2006년 불과 76곳에 그쳤던 법정관리 신청이 해마다 급증, 지난해는 712곳으로 거의 10배가 늘었다. 제도적 허점을 노려 금융채무만 면제받는 법정관리 전단계의 워크아웃보다 더 선호하는 이유를 알 만하다. 그렇다면 법정관리 신청 이전에 워크아웃이 먼저여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 부실 오너에게는 경영권을 주지 말거나 최소화하도록 제도를 고치는 일이다. 뻔히 허점을 알면서 방치한다면 법원도 금융감독원도 함께 모럴 해저드에 빠져드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