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인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의 ‘친박(親朴)계 2선 후퇴론’은 신선하면서도 의미 있는 제안이다. 남 의원은 3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박 후보 주변을 친박 인사들이 꽉 채워 새 사람이 들어오지 않고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공개 주장, 파문이 일고 있다. 일부 당내 반발이 없지 않으나 최경환 후보비서실장 등 측근들도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물론 남 의원의 주장에는 정치적 계산이 어느 정도 깔려 있다. 박 후보 지지율이 추석연휴를 지나고도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자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전의 키워드가 되고 있는 소통과 국민 대통합이란 차원에서 그의 주장은 진영에 관계없이 새겨들을 만하다.
실제 여야 후보들은 측근들에 의한 인의 장막에 갇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누리당이야 남 의원이 지적한 대로이라지만 장막을 걷어내야 하기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 당내 인사들조차 ‘노무현 비서실인지, 문재인 비서실인지 모르겠다’고 한탄할 정도다. 선대위 핵심 요직을 친노(親盧) 인사들이 죄다 꿰차고 있으니 나오는 소리다.
대선전이 치열해지면서 각 후보 진영은 새로운 인물 영입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약한 계층이나 후보의 약점을 보완해줄 인사를 영입, 열세를 극복하겠다는 생각이다. 가령 새누리당은 온건한 중도 개혁 세력을 끌어들여 외연을 넓힐 필요가 있다. 민주당 집권 후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인사들 수혈이 절실한 상황이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 역시 국정경험 부족을 메워줄 인사 영입이 선결 과제다.
그러나 측근들이 후보 주변에 진을 치고 있으니 이들이 들어설 여지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애써 영입한 명망가들이 후보 들러리가 되거나 모양새 갖추기용으로 전락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렇다면 그들이 원하는 득표 전략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여러 계층의 다양한 목소리가 측근들에 의해 걸러진다면 소통도 국민대통합도 다 말의 성찬일 뿐이다. 설령 집권에 성공한다 해도 측근들은 논공행상 다툼에 혈안이 되고 권력형 비리의 주범이 되는 바람에 국정운영의 걸림돌이 됐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각 진영은 문호를 활짝 열고 측근들은 그야말로 백의종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각 후보 스스로 여과되지 않고 시각이 다른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