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한 이미지를 얻으려면 이 시가 제격이다. 조정권 시인의 ‘독락당’이다. 독락당(獨樂堂) 대월루(對月樓)는/ 벼랑 꼭대기에 있지만/ 예부터 그리로 오르는 길이 없다/ 누굴까, 저 까마득한 벼랑 끝에 은거하며/ 내려오는 길을 부숴버린 이”
‘그 이’가 누군지 알 수 없지만 벼랑 꼭대기에 홀로 달을 맞으면서 내려올 사다리를 부숴버린 이의 서늘한 마음이 가슴속으로 들어오는 듯하다.
단호함은 ‘돌이킬 수 없다’가 배경이 될 때 더욱 선명해진다. 루비콘 강 앞에선 카이사르가 그렇다. 무장해제를 요구한 원로원, 루비콘 강 앞에서 카이사르는 잠시 고민한다. 하지만 “이 강을 건너면 인간 세계가 비참해지고, 건너지 않으면 내가 파멸한다”며 루비콘 강을 건넌다. 그가 던진 주사위는 결국 쿠데타의 성공으로 매듭된다.
이곳저곳에서 야권단일화에 대해 여러 얘기가 나온다. 어떻게 될지는 알듯 말듯이다. 이 와중에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강을 건넜고, 건너 온 다리를 불살랐다”고 말해 화제다. 대선 완주의사를 빗대 말한 것이다. ‘다리를 불살랐다’식의 표현은 그동안 안철수 화법에 비춰보면 고강도다. 대선 출마 후 안 후보의 단호한 모습이 자주 노출되고 있는데, 낯설다는 사람도 적잖다. 결단과 단호함은 지도자의 덕목 중에 빠질 수 없는 것이다. 안 후보가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사람 좋은 미소가 다소 줄어들고, 앞머리를 넘겨 이마가 드러나는 모습 등에서 정치인 안철수가 보인다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단호함이 이미지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정치지도자라면 역사에 대한 진지한 숙고와 소명의식이 단호함의 바탕이 돼야 할 것이다. 이미지는 그 뒤에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다.
전창협 디지털뉴스센터장/jlj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