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공화국’이라는 낯 뜨거운 현상이 또 도지고 있다. 구미국가산업단지에서 발생한 불산가스 누출사고를 둘러싸고 해괴망측한 악성루머가 각종 포털사이트를 비롯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나돈다고 한다. ‘불산에 스치기만 해도 사망한다’ ‘불산 한 방울이 떨어져도 뼈가 녹는다’ ‘불산가스를 마시면 서서히 말라죽는다’ ‘피해지역을 다녀온 사람과 접촉해서도 안 된다’는 식이다. 1차에 이어 2, 3차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에 얼토당토않은 허무맹랑한 악성루머로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사태가 이렇게 된 데는 정부 당국과 관련기관의 책임이 우선 크다. 추석명절을 이틀 앞둔 지난달 27일 사고가 터졌으나 3일 개천절까지 사실상 이어진 연휴기간 동안 고스란히 방치되다 사고 발생 1주일이 지나서야 범정부 대책회의가 열렸고 현장조사가 이뤄졌다. 이 와중에 청와대 보고도 사나흘 누락됐다고 한다. 사고발생 12일 만에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한 정부다. 주무부처인 환경부와 구미시의 책임 공방도 꼴불견이다.
이 대통령 스스로 “교통사고 대처 수준”이라고 혀를 찰 지경에 이르렀다면 공직사회 근무 해이가 어느 수준인지 쉽게 짐작된다. 지금이라도 사후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허술할수록 악성루머 등 부작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대한의사협회가 10일 불산으로 사망하거나 뼈가 녹지는 않는다면서도 피해주민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우려했다. 조기 귀가 조치 등 정부의 초기 대응 부실에 따른 충격과 분노로 인한 스트레스가 우울증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괴담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60년대 경부고속도로 건설 때는 부자들이 기생을 끼고 놀러나 다닐 것이라는 식에서부터, 한ㆍ미 FTA와 관련해서는 여대생 시위 사망설에다 미국산 쇠고기는 양잿물이며, 맹장수술 비용이 900만원이 된다는 괴소문이 흉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상기온에 따른 일시적인 4대강 녹조현상을 그새 참지 못하고 민감한 식수와 관련한 녹조괴담이 유포되기도 했다.
때마다 이런 괴담은 불신과 불안, 나아가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등 그 폐단이 너무 컸다. 정부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겠지만 이런 반사회적 범죄나 다름없는 괴담 유포행위에까지 넋 놓고 있어선 안 된다. 불온 인자나 세력 등에는 의연하게 나서기 바란다. 이런 빌미를 제공하지 않도록 정부나 관계기관 등 공직사회 전반이 먼저 처신을 잘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