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두 달도 안 남긴 상태에서 다시 검ㆍ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핫 이슈로 떠올랐다. 유력 후보 3인 모두가 검ㆍ경 수사권 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의 양측 간 갈등 역사를 보면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지난 62년 검사에 의한 영장 신청 조항을 형사소송법과 헌법에 명시하면서부터 불거져온 50년간 첨예한 사안 아닌가.
노무현 정부 들어 손을 대는가 싶었으나 수사권과 기소권을 그대로 장악하려는 검찰 반대로 조정이 무산됐다. 정치 검찰의 오명 속에서도 검찰은 막강한 현재 권력으로서 경찰 측의 민생 관련 수사권 이양 요청마저 막아냈다. 이를 처리할 정치권도 저마다 흠집을 가진 터라 검찰의 집요한 방해를 뚫을 수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히 기세 좋게 나섰던 참여정부가 사단만 일으켜놓고 용두사미로 끝난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이명박 정부 4년차인 지난해 겨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경찰 독자적 수사개시권’을 명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합의했을 뿐이다.
올 연초에는 경찰의 내사사건 지휘를 놓고 검ㆍ경이 또 한 차례 홍역을 겪다가 결국 지난 6월 경찰청장이 사퇴, 일단 잠복한 상황이다. 계속되는 공권력 행사 기관들 간의 분규는 보기 싫을 뿐 아니라 새 정부 들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에 걸림돌이 될지 모른다.
그래선지 대선후보들이 저마다 이에 대한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후보는 지난 19일 경찰의 날(21일)을 앞두고 경찰 개혁안의 하나로 ‘검ㆍ경 수사권 분점’ 방침을 밝혔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한술 더 떠 ‘기소와 수사의 분리 원칙’을 내세웠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도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 공화국에 정의는 없다는 식의 논평과 더불어 곧 개혁 구체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이 검찰 개혁의 초점이 될 수는 없어도 주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이다.
정치 검찰 비판이 심해지면서 검찰 개혁의 하나인 수사권 조정은 필요하다는 게 상식이다. 특히 민생 부문까지 검찰이 일일이 수사에 간섭하는 것은 능률과 인력의 낭비다. 일부 폭력경찰을 두려워한다면 검찰도 마찬가지다. 시대 변화에 따라 헌법상 보장된 묵비권과 인터넷에 의한 방어 수단, 도피 방법 제공 등으로 수사와 기소가 곤혹을 겪는 마당에 젊은 검사보다 경험과 연륜의 베테랑 경찰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영화에서 흔히 보는 의욕 충만의 새내기 검사와 산전수전 다 겪은 고참 형사 간의 언짢은 관계를 계속 보고 싶지는 않다. 검찰 쪽이 한발 물러서 홀가분하게 정치범이나 대형 기업사범들에 집중한다면 경제민주화를 부르짖는 시대적 소명에도 맞을 것이다.
검ㆍ경 수사권 조정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는 세 후보들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이를 표 모으기 전략으로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안보와 내치는 국가 운영의 2대 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